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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칼럼] 가장 시급한 노동개혁은 임금개혁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임금이 생산성보다 훨씬 높을 땐

정규직 채용 기피 등 부작용 초래

유럽선 과도한 격차 방지 장치 마련

韓도 양극화 해소 위해 TF 설치해야





임금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이론은 원론일 뿐 현실의 임금 결정에서는 제도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대체로 노사 협상에서,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의 보수는 주로 정부 예산편성 지침으로 결정된다. 작년만 하더라도 성장률 ?1%에 노사의 협약임금 인상률은 3.1%였다. 또 최근 10년 동안 최저임금은 연평균 7% 넘게 올랐고 매년 100만~400만 명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혜택을 봤다. 공무원과 교사, 공공기관 종사자 약 200만 명과 민간 부문 노조 조합원 250만 명 정도까지 합산하면 근로자 서넛 중의 한 명은 이렇게 결정된 임금을 받는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에 적용되는 호봉제 임금의 경우 호봉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이 추가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그 비중이 공공 부문은 2.4%, 민간 기업은 1.5% 정도이다.

제도적 틀에서 결정되는 임금이 시장 임금(생산성)에서 크게 벗어날 때 노동시장은 왜곡되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첫 번째 문제가 임금 격차의 과도한 확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속과 성별 임금을 국제 비교해보면 한국은 비정상적으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의 정규직은 57, 비정규직은 45에 불과하다. 격차가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은 최근 25년의 일이다. 구직자들이 대기업 정규직에 목을 매는 이유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의 경우 장기 근속자의 임금이 1년 차보다 2~3배 높기도 하다. 호봉제를 반대하며 직무와 성과에 따른 공정 배분을 요구하는 MZ세대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정규직 채용 기피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사내 하청 등으로 고용 형태를 변형하고 조기 명예퇴직을 확대하는 이유는 노동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업으로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고용이 파편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노동시장의 왜곡을 없애려면 임금결정에서 생산성과 공정성의 기준을 지키려는 제도적 절제와 조율 시스템이 필요하다. 유럽의 노사는 임금 협상에서 국민경제 차원의 경쟁력을 위협하거나 격차의 공정성을 깨면 안 된다는 규범을 중시한다. 이런 원칙을 갖고 산별 노조 뿐 아니라 경제단체도 개별 기업의 단독 플레이를 엄격하게 단속해 왔다. 최근 기업별 성과 배분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규범은 변함이 없다. 일본도 게이단렌을 비롯한 경제단체가 주도해 기업들끼리 초임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단속한다. 대졸이든 고졸이든 초임은 대중소 기업 간 격차가 9%정도다. 임금교섭에서도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가 너무 확대되지 않도록 춘투 과정에서 치밀하게 협의하고 조율한다.

한국의 임금결정에서는 이런 절제와 조율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우리도 한때 생산성 임금제나 ‘하후상박’ 인상으로 격차를 줄이려 노력한 적은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고용위기에 몰리자 임금은 완전히 개별 기업 자율에 맡겨졌다. 대기업 노조의 임금 이기주의는 고삐가 풀렸고 공공부문의 임금체계 개편은 말만 무성했다.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현대차 노조는 올해 9만 9,000원의 임금인상과 65세 정년을 요구하며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전기차 확대로 위기에 처한 부품업체 근로자들의 처지나 저연차 연구기술직의 공정분배 요구는 이들의 주된 관심 밖이다. 건강보험공단 노조가 콜센터 직원들의 직고용을 반대하듯이 공공부문 정규직들은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과의 통합을 바라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임금결정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연공에 따른 격차를 줄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에게도 공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임금 왜곡이 없는 유럽의 노동개혁은 고용 유연화가 메인 코스였지만 우리의 노동개혁은 임금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 MZ세대의 공정분배와 586 세대의 정년연장, 공공부문의 연공서열 개혁을 하나의 개혁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정부가 선도적으로 임금개혁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민간부문의 동참을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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