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직장 내 갑질이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겹다”는 표현 등과 함께 반박 글을 올렸던 구민교 학생처장이 사임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학생처장 글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며 "개인의 의견이 대학본부의 입장으로 오해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자 학생처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오늘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이는 한 치의 거짓 없는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에 대한 의지를 학내 구성원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 처장은 지난 9일 SNS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는 글을 올렸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구 처장은 12일 학교 측에 학생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같은 날 SNS에도 사의를 밝히면서 "외부 정치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고 언급해 다시 논란이 됐다. 외부 정치세력은 처음 직장 갑질 의혹을 제기한 민주노총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 총장은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며 "인권센터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소업무 시설관리직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근무환경과 인사관리 방식을 다시 점검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업무 매뉴얼을 통해 업무표준을 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총장은 이어 "고인은 2019년 입사 후 2년 동안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학생들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라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와 유가족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성명문을 내고 "서울대 인권센터를 통해 '셀프조사'하겠다는 입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페이스북에 2차 가해 글을 남겼던 구민교 교수, 고인의 근무지 책임자였던 관악학생생활관 관장 노유선 교수가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있는 인권센터라서 더욱 문제"라며 "진정성과 의지가 있다면 노사 공동조사단(노동조합+학교+국회 등 중립적인 제삼자)을 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오세정 총장 입장문 어디에도 사과라는 표현은 없고 '안타까운 마음', '애도와 위로'와 같은 제삼자라도 할 수 있는 말뿐"이라며 "사건이 발생하고 보름이 지나서야 나온 총장 공식 입장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인이 사망 후 10시간이나 직장 내에서 방치돼 있었다"며 "사업주가 관리하던 직장에서 그 많은 시간 방치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울대는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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