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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사투 쪽방촌 "올해가 가장 힘드네요"

코로나·폭염에 최악의 여름나기

무더위 쉼터 등 이용인원 제한하고

탑골 공원 가자니 감염될까 걱정

더위 피해서 모인 다리밑·공터 등

제2 전파 진원지 될까봐 노심초사

사회적 약자 맞춤형 지원책 나와야

한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한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벽에 폭염에 따른 생수를 지원한다는 게시글이 붙어 있다. /강동헌 기자




“무더위 쉼터도 막혔고, 일감도 없고,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갈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여기 앉아 있죠.”

한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한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은 좁은 골목에 모여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쪽방촌에서 5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최 모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 맞는 여름이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유난히 더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용직에 종사하던 최 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감이 끊긴 지 오래라고 밝혔다. 집 안에 있으려니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예전에 자주 찾던 탑골공원에 가자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일감이 끊겨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배식 행사가 계속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많이 없어져 끼니를 해결하러 서울역 인근까지 걸어간다”고 말했다.

돈의동 쪽방상담소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6인 이용 인원 제한을 둔 상태다. 쪽방촌 주민 김 모 씨는 “돈의동 쪽방촌에 600~700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정말 더울 때 잠깐 왔다가 금방 자리를 비켜준다”며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기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 인원 제한으로 돈의동 쪽방촌 사람들은 근처 탑골공원이나 쪽방촌 골목, 좁은 집 안에서 힘겹게 여름을 나고 있다. 김 모 씨는 “탑골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데 거기서 코로나 전파가 시작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한 주민이 21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서 좁은 골목을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강동헌 기자


열악한 사정은 영등포 쪽방상담소도 마찬가지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무더위 쉼터는 원래 20명이 이용 가능했지만 코로나19로 현재 10명으로 인원 제한을 둔 상태다. 쉼터 이용이 제한되자 주민들은 대부분 무더위를 피해 영등포역 고가 아래 주차장에 모여 있었다. 박 모 씨는 “쪽방 안 공용 주방은 여름에 너무 더워서 취사를 못한다”며 “다리 아래는 그나마 그늘이 있고 시원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저렴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과 근처 노숙인들은 대부분 이곳으로 모인다”며 “가끔 술에 취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노숙인들이 있는데 코로나가 퍼지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이 모 씨는 “공터 바로 뒤 철길 주변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여름이면 쪽방 안으로 벌레가 많이 들어온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에서는 주기적으로 쪽방촌 해충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21일 더위를 피해 영등포역 고가 아래 공터로 나와 있다. /강동헌 기자


한낮 최고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등 이상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쪽방촌 주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폭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쪽방은 대부분 목재 건축물이고 구조가 허약해 에어컨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며 “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도 방역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민간 숙박 시설 대여 사업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공 임대주택 지원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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