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가 수령 횟수에 따라 금액을 단계별로 삭감하는 대책을 통해 실업급여(구직급여) 반복 수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년도 채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는 수급자가 매년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이른바 ‘실업급여 중독’ 현상이 만연했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를 5년간 3회 이상 수급한 경우 기본 수령액을 단계별로 삭감해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23일 입법 예고했다. 3회는 10%, 4회는 25%를 삭감하고 5회와 6회는 각각 40%, 50%를 감액하는 방식이다. 개정안은 현행 7일인 수급자의 대기 기간도 3회는 2주, 4회는 4주로 연장했다.
고용부가 수령 횟수에 따라 금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내놓은 건 실업급여 반복 수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회 이상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지난 2019년 6만 7,000여 명으로 2016년 6만 2,000여 명보다 5,000여 명 늘었다.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만 상습적으로 수령하는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중독은 국내 노동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해외에 비해 임시직 근로자의 비중이 높고 근속 기간이 짧아 실여급여 반복 수급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올 상반기 지출액이 6조 원을 넘는 등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용부가 특단의 조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실업급여 지출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커지자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다음 달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고용부의 방침에도 고용보험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로 고용보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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