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도, 카메라 셔터 소리도, 한국 여자 양궁 선수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랭킹라운드 경기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이 1~3위를 싹쓸이하며 기분 좋게 본선에 올랐다.
이날 오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첫 일정인 여자 랭킹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70m 사로에서 72발을 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랭킹라운드 결과에 따라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단체전 토너먼트 시드가 결정된다.
랭킹라운드가 열리는 유메노시마공원은 바닷가에 위치해 궁사들의 조준을 방해하는 까다로운 바람이 분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풍속은 초속 0.8m 정도로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으나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에게 바닷바람은 변수조차 되지 못했다. 안산(680점·광주여대), 장민희(677점·인천대), 강채영(675점·현대모비스) 등 한국 선수들이 차례로 1~3위를 휩쓸며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들 3명 모두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리나 헤라시멘코(우크라이나)가 세운 올림픽 양궁 여자 랭킹라운드 기록(673점)을 넘어섰다.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도 궁사들에게는 방해 요소였다. 이전 대회에서는 2~3명의 궁사가 하나의 표적을 함께 쓰며 랭킹라운드를 치렀다. 그러나 도쿄에서는 1명의 궁사 당 1개의 표적을 쓰게 되었고, 자연히 활 쏘는 곳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사로 오른쪽에 설치된 포토라인과 선수들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 일부 선수들은 카메라 셔터 소리가 계속 들리자 신경이 쓰이는지 경기 중 포토라인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은 포토라인과 가까운 가장 오른쪽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3명의 한국 궁사 중에서도 막내 안산이 가장 오른쪽에 섰는데, 안산과 사진 기자들 사이의 거리는 3~4m에 불과했다. 안산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1위를 거머쥐며 3관왕의 기회를 잡았다. 앞서 한국 대표팀은 랭킹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남녀 선수 각각 1명에게 이번 대회부터 새로 도입된 혼성전에 출전할 자격을 주기로 했는데, 안산이 1위를 기록하며 여자 개인전·단체전에 이어 혼성전까지 금메달 3개에 도전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날 궁사들의 활약에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에서 미디어 적응 훈련을 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양궁협회는 대회 전 진천선수촌에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 ‘세트’를 만들어 놓고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면서 카메라 셔터 소리를 틀어 선수들이 ‘올림픽 환경’에 미리 적응토록 했다. 심지어 현직 방송기자를 불러 경기 뒤 인터뷰까지 모의로 진행했다고 한다.
한국 양궁의 금메달 5개 ‘싹쓸이’ 도전이 시작되는 혼성전은 오는 24일 시작한다. 안산과 함께 혼성전에 출전할 남자 선수는 오는 23일 오후 1시에 열리는 남자 예선 랭킹라운드를 통해 결정된다. 박채순 총감독은 “세 선수 모두 컨디션이 좋아 분위기만 유지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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