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최신 TV 1만5,000대가 모두 팔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귀를 의심할만한 이 소식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판매 장소가 메타버스였기 때문이다. 실제는 아니지만 현실과 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가상 세계 메타버스를 향한 기업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업간 융합을 이끌어 낼 메타버스의 중요도를 일찌감치 간파한 기업들은 제품 판매부터 사원 교육은 물론, 코로나19로 높아진 국경 문턱을 낮추는데도 활용하며 혁명적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진행된 삼성전자(005930) 라이프스타일 TV 3종의 세일 판매는 단 5분만에 준비된 수량이 동나며 완료됐다.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더 프레임을 비롯해 더 세리프, 더 세로 등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높은 라이프스타일 TV를 각 5,000대씩 마련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완판’ 알림이 울렸다. 수백만원인 실제 TV보다 훨씬 저렴한 가상 아이템이고 수량이 한정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3D 아바타들이 보여준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Z세대(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메타버스에서 첫 TV 구매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이벤트”라며 “현실에서도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듯, 메타버스 공간을 꾸미는 훌륭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경기도 파주를 비롯한 국내 4곳의 사업장을 메타버스 속에 구현하고 신입사원의 직무 교육과 네트워킹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채용된 200여명의 신입사원들은 롤플레잉게임(RPG) 형태의 가상공간으로 만들어진 메타버스 교육장에서 본인을 상징하는 아바타로 회사 주요 사업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동기 사원들과 화상소통을 하고 릴레이 미션, 미니게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메타버스에서는 집합교육 인원 수에 대한 제한도 없는만큼,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계획된 교육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 년 간 공들여 개발한 신형 차량 점검에도 메타버스가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는 코로나19로 해외 디자이너들이 한국 사업장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메타버스에서 신차 품평회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현대차 VR 개발공간(VR 디자인 품평장)’에 접속한다. 동시에 20명까지 활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실제 자동차를 100% 구현해낸 가상의 3D 자동차를 보면서 손짓 한번으로 차량의 색깔, 재질 등을 교체해가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수민·변수연기자/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