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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버려진 커피콩 자루, 패션템이 되다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시원한 커피 한잔이 절로 생각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요. 용사님도 커피 좋아하시나요? 한국인 성인 한 명이 1년간 마시는 커피의 양은 전 세계 평균보다 3배나 많을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뜨거운데요. (자세한 내용은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참고) 커피 소비 증가로 원두 수입량이 늘면서 폐기되는 커피자루의 양도 상당하다고 해요. 버려지는 커피자루를 활용해 특별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를 대구에서 만나고 왔어요.

패션과 환경이 만나다


옷을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김현정 할리케이 대표님. 패션에 대한 애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할리케이라는 브랜드를 탄생하게 했다고./사진=할리케이




지구용이 만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는 버려지는 원두 자루와 청바지를 가방으로 만드는 곳이에요. 할리케이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품질과 디자인. '업사이클링은 재활용 상품일 뿐이다!'라는 인식과 편견을 바꾸기 위해 고급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

할리케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김현정 할리케이 대표님과 가족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귀국 후 가족들이 한동안 목감기로 고생했는데, 이전에 살던 미국 동네보다 공기가 안 좋아진 게 이유라고. 흑흑.

김 대표님이 이를 계기로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차에 이삿짐 안에서 쓸데없는 의류와 물건을 꽤나 많이 발견했대요. 워낙 옷을 아끼고 사랑했던 터라 미국에서부터 꾸역꾸역 다 챙겨왔는데 막상 짐을 풀러보니 아이들이 성장해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들도 상당했다고. 버리자니 아깝고 의류 쓰레기도 어마어마할 것 같아서 멀쩡한 옷 몇 벌로 봉제를 하기 시작했대요. 미국에서 빈티지 액세서리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경험을 십분 살린 것이죠.

이후 김 대표님은 2015년 경기도 광명시 업사이클링센터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청바지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로 입상했고, 업사이클링 디자인 강사로 활동하다가 직접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외에서 먼저 할리케이의 독특하고 세련된 청바지 업사이클링 디자인에 주목했고 2018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창업 초기부터 디자인이 뛰어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친환경 소재에 디자인을 입히다


할리케이의 대표 업사이클링 제품들이에요. 윗줄은 원두 자루로 만든 가방. 아랫줄은 청바지로 만든 가방. 원두 자루와 청바지 모두 색상과 패턴이 다 다른 소재라 겉면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고 해요. /사진=할리케이


창업 초기 청바지로만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었던 할리케이는 커피 자루라는 소재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고 해요. 마대 자루가 친환경 소재인데 꽤 많이 버려지거나 불태워지고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김 대표님은 그 길로 대구 지역 커피 제조업체를 찾아가 원두 자루 몇 개를 구해왔대요. 원두 자루 시제품을 만들어보고는 '이거다!' 했다고. 업사이클링 소재 자체가 워낙 좋아 디자인만 잘 만들면 세련된 상품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김 대표님이 원두 자루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색상과 패턴이 다 다른 청바지처럼 원두 자루도 원산지마다 자루 색깔과 소재가 달라 상품마다 묘하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 원두 자루마다 원산지를 나타내는 각기 다른 프린트물이 찍혀 있는데, 어떻게 소재를 재단하느냐에 따라 가방 겉면에 들어가는 패턴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업사이클링 제품이지만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김 대표님의 패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소재로 딱이었던 거죠.



용사님들 혹시 원두 자루 소재를 보신 적 있나요? 보통 까슬까슬한 황마 소재로 만들어지는데요. 일반 천보다 잔털이 많이 날리기 때문에 꼼꼼한 업사이클링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요. 수거한 원두 자루를 며칠 간 햇빛에 잘 말린 후 수작업으로 정련한 다음 특수 코팅 친환경 안료를 사용해 본딩 과정을 거친대요. 본딩을 통해 보풀들이 정리되고 소재도 더 탄탄하게 변하게 된다고.

할리케이는 원두 자루와 청바지 등 주요 소재 외에 손잡이와 가방 끈 부분에도 닥나무로 만든 비건 한지 가죽을 사용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겠다는 의지!

다음타자는 무엇? 또 다른 업사이클링 소재를 찾아


이달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에 마련된 할리케이 팝업스토어. 할리케이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은 커피 자루 가방과 한지 가죽으로 만든 가방, 파우치 등이 전시돼 있어요. /사진=할리케이


청바지에 이어 원두 자루 제품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내놓은 할리케이는 새로운 업사이클링 소재를 찾는 숙제를 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한 대기업과 산업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찾고 있다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 가능한 소재, 즉 소재 자체가 좋은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대요.

할리케이가 소재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는 경쟁력과도 연관이 있어요. 김 대표님은 최근 업사이클링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경쟁 업체도 속속 등장하면서 업사이클링의 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는대요. 개별 업체들이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앞세워 업사이클링 시장을 키우고 아직 업사이클링을 경험하지 못한 잠재적 소비자를 끌어오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김 대표님은 동료와 거래처, 현장 등에서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듣지만 특히 20대 초반인 대학생 딸에게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해요. 업사이클링의 주요 소비층으로 MZ세대가 자리 잡으면서 딸과 딸의 친구들이 사용자로서 주는 피드백이 제품 구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딸 이야기를 하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던 자타공인 '딸바보' 김 대표님은 할리케이가 딸 세대부터 본인 세대까지 경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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