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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메가팩' 나흘간 불타…배터리 화재, 진화방법 몰라 '속수무책'

■테슬라 화재가 울린 리튬이온 배터리 '경고등'

불나면 대형 화재·폭발사고로

탈탄소 흐름 타고 수요 느는데

최적 진압방식 여전히 오리무중

안전 논란에 '전고체'개발 경쟁도

지난 7월 말 호주 질롱 근처의 테슬라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AFP연합뉴스




최근 각국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전체 배터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터졌다 하면 대형 화재에 폭발 사고로까지 이어지지만 현재 뾰족한 진화 방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탈(脫)탄소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고성장을 거듭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호주 빅토리아주에 설치한 13톤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에서 발생한 화재는 나흘이 지난 이달 2일에야 가까스로 진압됐다.

소방관 총 150명, 소방차 30대가 동원돼 불을 끈 뒤였다. 호주 소방 당국은 배터리 1개에서 시작된 불길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은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메가팩처럼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에 불이 난 사고는 세계적으로 총 38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이 붙었다 하면 대형 화재 사고로 커진다. 2019년 4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한 전력 회사가 운영하는 변전소 ESS에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는데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발생해 폭발 사고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1명이 20여m를 날아 두개골이 손상되는 중상을 당했다.

올 4월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태양광 ESS 내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소방관 235명이 진화에 투입되고 이중 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9월 영국 리버풀의 연료전지 화재는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발생했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잡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과충전되거나 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생기는 ‘열 폭주’ 현상이 원인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화학 약품이 아닌 ‘물을 뿌려야만 불길을 잡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 배터리 제조에 쓰인 니켈·코발트 등 각종 광물에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뿜고 폭발하기까지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가팩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들은 유해물질 보호 장비까지 갖춰야 했다”고 전했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가 불에 타는 도중에 발생시키는 산소는 불길이 계속 살아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폴 크리스텐슨 뉴캐슬대 교수는 “전기차나 ESS 화재를 진압하는 최적의 방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가 탄소 감축에 필수라고는 하나 우리가 모르는 위험 요소가 아직 많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자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미국과 국내 배터리·완성차 업계는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 전기차 제조사 닝더스자이(CATL)는 지난달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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