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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병역 특례 개편, 서둘러야 하는 이유

◆박민영 골프팀장

도쿄서도 어김없이 형평성 논란

국민갈등 조장에 선수들 조롱도

국대 희화화로 스포츠 외면 우려

떳떳이 도전할 기반 만들어줘야


올림픽은 그런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인 이번 도쿄 대회는 개막을 목전에 둘 때까지 취소 여론이 상당했지만 막상 막이 오르니 나름대로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메달의 꿈을 이룬 선수를 비롯해 한계와 병마를 이겨내고 도전에 나선 이들, 승자를 인정하고 축하해준 아름다운 패자들 모두 올림피언의 품격을 보여줬다. 개최국의 정치적 셈법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상업적 계산에 대회의 순수성이 다소 훼손됐다 하더라도 선수들의 열정이 평가절하돼선 안 된다.

온 국민이 태극 전사들과 함께 울고 웃는 동안 ‘감동 파괴’ 요소가 튀어나온 건 유감스러웠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젠더 이슈, 병역 특례에 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소모적 논쟁은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동시에 ‘4+1년’을 올림픽에 바쳐온 선수들을 뒤흔들기까지 했다.

특히 종합 국제 스포츠 이벤트 때면 예외 없이 화두가 돼온 병역 특례 문제가 이번에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도쿄 올림픽 초반 양궁 혼성 단체전이 열린 지난달 24일. 김제덕과 안산이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직후 한 포털의 중계 화면 옆 대화창에 뜬 짤막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면제덕”이라는 세 글자였다. ‘면제’와 ‘제덕’을 합친 것이다. 기발한(?) 조어술에 놀라면서도 그 속에 내포됐을 병역 면제에 대한 비아냥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특히 축구와 야구가 메달 획득에 실패한 날엔 ‘○○야, 군대가자’ ‘○○ 데려갈 때 알아봤다’ 같은 조롱성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기대 이하의 성적에 대한 실망이 비난으로 이어진 것인데, 야구의 경우 참가국이 6개에 불과해 메달을 따도 병역 혜택을 취소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는 등 공정성 여부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있었다.



흔히 병역법상 대체 복무로 돼 있는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는 사실상 면제에 가깝다. 현행 체육 특례는 올림픽 3위(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국위 선양과 국민 사기 증진을 위해 1973년에 도입된 체육 특례 제도는 개발 시대에 꽤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지금도 스포츠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나 K팝을 비롯해 국위 선양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선수 선발 등에서 시비가 발생하면서 재검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처럼 육상·수영을 포함해 기록적 가치가 큰 성과를 거둔 경우라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모순적인 부분도 있다.

제도 개편이 절실하지만 논란만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 선발 논란을 계기로 병무청은 특례 제도에 대해 필요하다면 폐지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그때뿐이었다. 당장 폐지의 충격이 크다면 최근 공포된 소위 ‘BTS(방탄소년단)법’처럼 우수자의 입대 연기 등도 고려할 만해 보인다. 단체 팀 구성에 있어서는 해당 종목 선수회를 선발 과정에 참여시키거나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 등이 보완책이 될 수 있다.

특례 제도로 혜택을 받는 선수는 1년 평균 20명 정도라고 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김제덕·안창림(유도)·장준(태권도) 등 3명이 대상자다. 적다면 적은 인원이지만 병역 문제는 청년층 전체에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무엇보다도 스포츠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국가대표=병역 면제’라는 식의 희화화 또는 조소적 분위기가 계속되면 국내 스포츠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초에 있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9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 2024년 파리 올림픽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선수들은 떳떳이 도전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은 감동 파괴 없이 태극 전사들의 도전 과정 자체를 즐기길 원한다. 법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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