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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칼럼] 오락가락 정책의 대가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재건축 2년 실거주 1년만에 백지화

주택 임대하라더니 투기 주범 취급

충분한 논의없이 급하게 실행한 탓

밥먹듯 뒤집는 정책 이미 신뢰 잃어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경제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갖는 기대다. 예를 들어 경제 주체들이 미래의 물가 상승률에 대해 가진 기대를 기대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이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물가가 곧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사람들은 물건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려고 할 것이고, 기업들은 제품 단가가 오를 것을 대비해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물건을 내놓게 된다. 이러한 기대 심리는 부동산 가격에도 적용된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되면 사람들은 서둘러 집을 매입하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기대 자체가 집값을 올리게 된다.

정부나 중앙은행은 물가나 경제 안정을 위해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중요한 정책 변수로 놓고 정책을 수립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같은 정책이라도 사람들의 심리를 바꾸느냐 못 바꾸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특히 정책이 오락가락할 경우 사람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원래 방향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은 정책의 방향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 정부 들어 벌써 스무 번이 넘게 나온 부동산 대책은 이러한 오락가락 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 때 발표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최근 없던 일로 했다. 실거주 의무 규제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 믿고 어렵사리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온 집주인이나 비싼 가격에 새로 전세를 구해 나간 세입자 모두 엄청난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봤다.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등록된 임대사업자에게 지방세·임대소득세·양도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줬다. 하지만 지난해 7·10 대책으로 아파트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 제도를 완전히 폐지했고 최근 양도세 감면 혜택도 등록 말소 후 6개월 이내에 집을 팔 때만 주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권장하던 임대주택 사업을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서도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정책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곧 완화할 것이라고 설레발을 치더니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자 더욱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들을 다시 한번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백신 공급도 계속된 말 바꾸기로 국민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방역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대가다.

왜 이번 정부 들어 오락가락 정책이 이렇게 많아졌을까.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수립해야 할 정책을 준비 없이 급하게 실행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수립 단계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두고 그 영향을 평가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일단 저질러 놓고 상황을 봐가며 정책을 계속 수정하게 된다. 일단 실행된 정책을 자주 바꾸면 국민이 느끼는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는 정책 자체가 제대로 됐는지 아닌지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원래 의도했던 것과 반대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집값은 이미 최고 수준에 올랐고 곧 떨어질 것이니 지금 집 사는 사람들은 조심하라는 엄포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람들의 매수 심리는 더 강해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오락가락 정책은 좋은 정책을 나쁜 정책으로 둔갑시킨다. 정책 불신이 자리 잡게 되면 정부 정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런 경우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무정책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 돼버렸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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