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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 재불화가 김기린 별세

1960년대 프랑스에서 등단

1970년대부터 단색조 추상화

한가지 색 평면에 반복된 점

추상미술의 거장 김기린.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복‘잡하고 형상이 많은 이 세상에서 그림을 볼 때, 마음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서 점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점은 시작일 수도, 끝일 수도, 또한 선도 되고, 형태도 되고, 그 안에는 시간도, 생각도, 흔적도 있습니다.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떨쳐버리고 붓과 내 손의 단순한 움직임으로 색을 캔버스에 올려놓았을 때, 점 하나 하나가 다 같은 듯 다른 느낌 일 때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조용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동글동글 달걀형의 점을 화면을 가득 채울 떄까지 반복적으로 찍는 작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던 추상미술의 거장 김기린(1936~2021)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우리 인간이 제각각이듯 닮은 듯 다른 점을 찍으며 ‘평면에 대한 자각’을 추구한 고인은 1936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꿈은 비행사였으나 시력이 약해 문학을 공부했고, 한국외국어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비행사였던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를 더 알고 싶어 1961년 프랑스 디종대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언어의 한계를 고민하던 중 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 17세기 회화 전문가인 자크 튈리에(1928~2011) 교수와 주위 친구들의 격려로 프랑스 디종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이 1965년의 일이다. 그해 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콜보자르)에 입학해 로저 카스텔(1897~1981)의 지도를 받았고, 이어 1971년에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김기린의 1967년작 '무제' /사진제공=갤러리현대




김기린의 초기작인 1960년대 전반기 작품은 어린 시절에 꾼 꿈에서 영감을 받은 구상화가 주를 이뤘다. 그는 회화의 깊이를 살리기 위해 평면을 다차원적으로 탐구했다. 1960년대 중후반의 작업에서는 가장 한국적이라는 오방색의 흑, 백, 적, 황, 녹에서 뽑아낸 색채의 독특한 배치가 두드러진다.

1970년대 김기린은 단색이나 다른 두 색으로 사각형 안의 사각형을 그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을 발표했다. 이것이 순수한 색채의 창으로 구현된 단색 회화 연작, 무수한 점이 미묘한 움직임을 만들어 캔버스의 틀을 초월하는 듯한 대표작업으로 이어졌다. 김기린이 1970년대 시작된 한국 추상미술의 한 부류인 ‘단색화’의 주요 작가로 분류되는 이유다. 1980년대에는 사각의 캔버스 안에 작은 사각형과 그 안의 달걀형 점을 기본단위로 한 평면 단색조 회화 ‘안과 밖’ 연작을 심화했고, 1990년대에는 화려한 원색을 사용해 관계성을 드러냈다.

김기린의 1987년작 '안과 밖' /사진제공=갤러리현대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해 온 고인은 프랑스 니스 이티네레르 화랑, 파리 자크 바레르 화랑, 릴리안느 미셀 뒤랑-데세르 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2006년 서울대학교미술관(MoA) 개관전,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의 ‘한국추상회화 1958-2008’, 2011년 대구미술관 개관전,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의 단색화’ 등 기획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됐다. 2016년에 갤러리현대 개인전으로 미공개 작품을 대거 선보였고, 마지막 개인전이 된 2017년에는 리만머핀 갤러리의 전시는 뉴욕 화단이 김기린을 새롭게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유족은 부인 민병수 씨와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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