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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요즘 뉴욕에선 '이스트 윌리엄스버그'가 뜬다

⑫브루클린의 이스트 윌리엄스버그

'아만트 파운데이션' 7월 개관

한국인 박세윤의 '카발호 박 갤러리'

뉴욕 브루클린의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에 지난 7월 개관한 아만트 파운데이션 외관.




브루클린에 위치한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와 부쉬윅은 현재 힙스터 뉴요커들의 성지다. 뉴욕 맨해튼의 높은 거주비용 때문에 젊은 뉴요커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저렴한데 맨해튼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인 이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최근에는 빈티지 가구, 옷 가게를 비롯한 힙한 레스토랑들이 생기며 뉴욕 스트리트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건물 외벽에는 그라피티가 즐비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970~80년대 수많은 밴드의 언더그라운드 파티가 열렸던 이 주변에 최근 많은 클럽들이 생겨나 주말마다 유명 DJ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널찍한 공간과 높은 천장을 가진 공장 형식의 건물들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이 지역 상점과 레스토랑은 맨해튼의 그것들과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가진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아티스트들은 이스트 윌리엄스버그나 부쉬윅에 스튜디오를 두고 작업한다. 원래 제조 공장이 많던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층고 높은 건물을 확보할 수 있어 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모델링 해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예술가들이 한둘씩 모이자 맨해튼 첼시, 어퍼이스트사이드, 트라이베카에 형성된 갤러리들과는 또다른 브루클린만의 특색 있는 아트신이 형성됐다.

뉴욕 브루클린의 이스트 윌리엄스버그에 지난 7월 개관한 아만트 파운데이션의 서점 공간.


스튜디오가 밀집했고 갤러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이 곳에 지난 7월 비영리 미술 단체인 아만트 파운데이션(Amant Foundation)이 개관했다. 공장단지 한가운데 무려 5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럭셔리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설립자 론티 에버스 (Lonti Ebers)는 세계적 컬렉터로, 뉴욕근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 기관의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아만트 파운데이션의 관람객 휴식 공간.


아만트 파운데이션은 전시공간과 사무실·카페 겸 서점, 아티스트 레지던시 공간으로 구성됐고, 올 가을에 완공되는 레지던시에서는 분기별로 중견작가 4명을 선정해 작업공간과 거주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술관 건축물은 단순하고 거친 벽돌, 콘크리트, 철과 같은 기본적인 재료로 구성됐지만, 디자인과 마감 처리는 미니멀하고 정교하다. 서점 겸 카페 공간에는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 아트 관련 서적 및 디자인 상품들이 스테인리스와 같은 산업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선반에 놓여있다. 관람객을 위한 휴식 공간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파스텔 톤의 미니멀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한 공간 에서 서로 다른 색감과 재질들로 병치해 배치한 것에 눈길이 간다. 매끄럽게 디자인 된 건물 외형과 이를 둘러싼 주변 공장 지대 풍경의 확연한 대조도 흥미롭다.

뉴욕 브루클린에 최근 개관한 아만트 파운데이션이 첫 기획전으로 마련해 선보인 그라다 킬롬바의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현재 아만트 파운데이션에서는 첫 기획전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작업하는 아프리카계 포르투갈 아티스트 그라다 킬롬바(Grada Kilomba)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무덤을 형상화하는 흙더미에 노예 무역의 상징인 카카오, 초콜릿, 커피가 올려져 있는 조각작품 등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조명했다.

카발호 박 갤러리 전경.


아만트 파운데이션 바로 옆 골목에는 이 지역 유일의 한국인 아티스트 박세윤 대표가 운영하는 ‘카발호 박 갤러리(CARVALHO PARK)’가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박 대표는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를 비롯한 유명 건축 사무소에서 일했다. 그의 파트너 제니퍼 카발호는 발레리나로 활동하다 부상 후 미술로 전향해 휘트니뮤지엄, MOMA PS1, 크리스티 경매 회사 등지에서 근무했다. 건축에서 미술로, 발레에서 미술로 전향한 두 공동대표의 조합이라 갤러리 정체성도 독특하다. 건축과 발레 두 장르 모두 오랜 시간을 거쳐 정돈된 바탕과 규율 위에 이루어지는 예술인 만큼, 이들은 철저하게 숙련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건축가로 활동했던 박세윤(오른쪽)과 발레리나였던 제니퍼 카발호는 각각 미술로 전향했고 지금은 뉴욕 브루클린의 ‘카발호 박 갤러리’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지역을 눈여겨 보던 중, 지난 2016년 늦가을 백 년 넘은 벽돌과 목재로 지어진 현재 갤러리 건물을 발견했고 2019년 2월에 공식 개관했다. Yulia Losilzon, Guillaume Linard Osorio, Brian Rattiner, 박세윤 등을 포함한 18명의 작가를 소개했다. 팬데믹이 절정이던 지난해 여름에는 뉴아트 딜러 연맹(New Art Dealers Alliance·NADA)의 최연소 멤버에 오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 서울의 마크갤러리와 협력해 데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이스트 윌리엄스의 CLEARING 과 Luhring Augustine 갤러리는 트렌디한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매년 5~6회 정도 기획전을 열고, 복합 아트 콤플렉스 건물인 The BogArt에는 수십 개의 소형 갤러리와 작가 스튜디오가 들어서 있다. 작품들의 가격대도 상대적으로 낮고, 가격 범위도 다양해 많은 관중들이 부담 없이 예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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