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도금막 평탄도를 구현한 반도체용 고성능 구리 도금액 원천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기술이전 기업과 함께 제품을 출시해 첫 국산화를 이뤄냈다.
생기원은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이민형 박사 연구팀이 3년간 1만5,000번 가량의 실험 끝에 도금막 표면을 평탄하게 조절해주는 여러 유기첨가제들 중 최적 첨가제와 그 혼합비율을 찾아내 도금두께 편차 ‘2% 이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평탄도를 구현해냈다고 31일 밝혔다.
반도체 패키징에 필수적인 ‘구리 도금액’은 일본, 미국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해 반도체 전(全) 공정 중 현재 유일하게 ‘국산화율 제로(0%)’ 소재로 웨이퍼(Wafer) 위에 새겨진 회로 패턴을 구리로 도금해 해당 부분만 전기적 특성을 띄게 해주는 ‘범핑(Bumping)’ 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반도체 회로 패턴이 수 나노미터(㎚) 단위로 초미세화 되면서 세계 1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고평탄 구리 도금액 개발과 소재자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보통 도금 후에는 그 표면이 물방울처럼 볼록해지는데 이를 평탄하게 할수록 전류가 고르게 전달돼 생산수율과 최종제품의 성능이 향상되게 된다.
개발된 도금액의 고평탄도 비결은 볼록한 모양과 오목한 모양을 합치면 평평해진다는 정반합의 원리를 기반으로 발굴해낸 ‘볼록 형상 유도제’와 ‘오목 형상 유도제’ 두 첨가제의 황금 혼합비율에 있다.
실제 수요기업에서의 공정테스트 결과, 최대 분당 3마이크로미터(㎛)의 고속도금 속도에서 도금두께 편차 ‘2% 이내’의 고평탄도 확보가 가능해 기존 외산 소재 대비 생산성이 약 150% 가량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첨가제 혼합실험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수요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위로 볼록하거나 아래로 오목한 특성을 지닌 맞춤형 도금액을 제작할 수 있단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은 2020년 12월 해당 기술을 국내 전자소재 전문기업에 이전하고 제품을 출시해 지난 6개월간 반도체 대기업 제조공정에서 시험 평가를 진행해왔다.
이전된 기술은 R&D 시작부터 실험실 수준이 아닌 ‘양산’을 전제로 모든 도금 조건과 변수를 고려해 개발됐기 때문에 기술이전부터 제품출시, 대기업 시험평가 단계까지 8개월에 걸쳐 신속하게 진행됐다.
현재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12인치 대형 웨이퍼 및 차세대 반도체 제품에서 필요로 하는 도금 특성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수개월 내로 평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반도체 생산제품의 약 80%에 들어가는 도금 소재·장비의 첫 국산화가 이뤄지고, 나아가 일본 등 소재강국에 역(逆)수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기원 이민형 박사는 “약 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도금액 시장은 대기업이 진출하긴 작지만 중소기업에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라 국산화가 더뎠던 상황에서 출연연이 제 역할을 해낸 결과”라며 “3차원 집적회로 구현을 위한 실리콘관통전극(TSV)용 제품 개발에 이어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주석-은, 인듐 도금액까지 연구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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