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한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두 달 전 보호관찰소에 '외출제한 조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6월 말 서울동부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으니, 외출제한 조치를 하루에서 이틀 정도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강씨는 보호관찰관에게 '지인들과 저녁 자리를 갖다 혼자 일찍 들어가면 이상하게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6일 출소한 강씨는 5년간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주거지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외출제한과 피해자 접근금지 조치 등의 준수사항을 부과받았다. 보호관찰소 측은 당시 강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법무부는 "통상 외출제한 조치의 일시 해제는 집안에 중요한 경조사가 있거나 심야시간대 외출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라며 "강씨가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고, 보호관찰관과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전이라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씨는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했다. 강씨는 6월 1일 처음으로 외출제한 조치를 위반해 1주일 뒤인 6월 7일에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외출제한 위반은 강씨가 자택에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직후인 지난 27일 오전 0시 14분께다. 강씨는 20분 만인 0시 34분께 집으로 돌아갔고, 외출제한 위반을 감지한 보호관찰소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자 "배가 아파 약을 사러 편의점에 잠깐 들렀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장에 출동하던 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 직원들은 향후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통보한 뒤, 집 안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다시 돌아갔다.
법무부는 야간에 외출금지 조치를 어겼더라도 바로 귀가했으면 추후에 조사하는 것이 통상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0대 여성 피해자의 시신이 당시 강씨의 집 안에 있었던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는 당일 오전 10시께 보호관찰소에 전화를 걸어 "외출제한 명령 위반을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보호관찰소 측은 이를 거부하고 "30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이어 오후 5시 31분께 노상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경찰과 함께 강씨 검거에 나선 보호관찰소 측은 당일 오후 11시50분께 체포영장을 신청하고자 서울동부지검을 방문했으나 검찰로부터 '긴급한 사안이 아니니 다음날 오라'는 취지의 안내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보호관찰소 측은 다음 날인 28일 오전 9시20분께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당직 수사관이 급한 영장인지 검토한 후 '신청서를 두고 가거나 다음 날 오전 접수하라'고 안내했고, 다음날 오전에 신청을 받았다"며 "당직 검사는 법과 절차에 따라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29일 오전 3시께 두 번째 살인 범행을 저지르고,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송파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 경찰은 강씨를 긴급체포하고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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