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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임기 말까지 흥청망청... 재정건전성 회복 '골든타임'이 저물고 있습니다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코로나 이후 건전성 회복 착수

초고령화 속 의무지출 비중 지나치게 높고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포퓰리즘 공약 앞세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604조 원에 달하는 팽창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이러다 재정 건전성 회복의 골든 타임이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크게 나눠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주변국 동향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총 6번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한데 이어 내년에도 확장 재정을 선언한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들은 잇달아 재정 건전성 관리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재정을 쏟아붓다가 몇 년 뒤 더 큰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선진국들의 판단입니다. 정부가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지출만 늘릴 경우 민간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재정승수가 더 작아지는 역(逆) 케인스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옵니다. 정부 지출 확대가 도리어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재정 정상화에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독일입니다. 실제 독일은 지난 4월 국가 예산 안정화 프로그램을 발표해 정부 구조적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로 묶기로 했습니다. 오는 2023년부터는 헌법에 마련된 ‘부채제동장치’도 다시 작동해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를 의무적으로 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게 됩니다. 구조적 재정수지는 경기변동에 따른 세입·세출 증가분을 제외한 정부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가계로 비유하면 아빠가 내년에 돈을 많이 벌어오든 적게 벌어오든 상관 없이 가계부에 ‘레드라인’을 그어 놓고 그 범위 안에서만 돈을 쓰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각)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으로부터 공로 메달을 수여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의 챔피언다운 행보입니다. 사실 독일은 세계대전과 통일 등을 거치면서 재정준칙을 깐깐하게 정비해온 덕분에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나라 살림 적자를 통제하는 재정준칙은 아예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한국전쟁과 IMF위기 등을 비슷하게 겪었던 우리나라도 비슷한 성격의 재정준칙을 마련해 놓긴 했습니다만, 다른 법들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더불어민주당이 어째 이 법에 대해서만큼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올해 통과가 불투명합니다.



심지어 독일은 국가 부채를 늘리는 것도 까다롭습니다. 독일도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가 순차입금을 2,180억 유로(약 300조 원)까지 늘렸지만 재정준칙을 넘어선 초과 차입분은 2023년부터 20년에 걸쳐 갚도록 의무화 했습니다.

재정 정상화에 나선 국가는 독일뿐만이 아닙니다. 영국의 경우 2023년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인상해 세입 증가를 통한 재정 정상화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영국은 또한 지난해 1조 1,400억 파운드(약 1,820조 원)까지 치솟은 정부 관리지출(공공 부문에 대한 지출)을 삭감해 내년 지출 규모를 9,920억 파운드로 약 13% 줄일 계획입니다.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8.3% 올려 잡은 우리나라와 반대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미국도 중기적으로 재정 적자 감축 계획을 제시해 올해 -16.7%까지 확대된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내년에 -7.8%까지 축소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예산에서 의무 지출이 높은 것도 재정 구조개혁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나라 예산은 한 번 지출되기 시작하면 계속 부담이 발생하는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의무지출의 비중이 50%에 달해 대단히 높은 편입니다. 노인기초연금과 같은 복지성 지출이 대표적인 의무지출입니다. 의무지출 비중이 높아지면 막상 미래 성장을 위한 다른 분야에 쓸 돈(재량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빨라 당장 10년 뒤부터 국가 재정의 경직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내년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선 주자들이 돈풀기 경쟁에 나선 게 우리 재정이 불안한 마지막 이유입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106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선 버스’를 출발시킨 국민의힘도 본격적으로 공약 경쟁이 시작되면서 200조 원에 달하는 돈 풀기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이 누가 당선돼더라도 내후년 예산에 당장 반영해야 할 예산이 조 단위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8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본경선 3차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을 실현하기 위해 19조 5,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청년 세계여행 지원에만 1조 3,748억 원이 필요합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5조 1,138억 원, 탄소세 국민배당은 36조 3,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소득으로 기본소득에 맞불을 놓은 상태입니다. 최근 첫 공약을 내놓은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 후보도 “(향후) 5년간 전국에 250만 가구 이상, 수도권에 130만 가구 이상의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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