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연기에 접근할 때 특정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연기하기 전에 수를 정해 놓고 가는 걸 매우 어려워하고, 대신에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고 인물에 대해 궁금해 하며 접근하는 편이예요. 캐릭터하고도 싱크로가 맞는지를 세세하게 따지지 않는 편인데, 그렇게 하면 의도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지난 달 27일 공개된 이후 군대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높은 완성도로 연일 화제다. 배우들의 연기도 찬사를 받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한호열을 연기한 구교환이다. 이 작품 속에서 그는 독특한 목소리와 호리호리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통해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한호열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평가 받는다. 한호열 캐릭터는 마음이 예측되지 않는 변칙적인 캐릭터다 보니 배우의 역량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데, 그의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올리는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처럼 캐릭터와 배우가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면 흔히 메소드 연기 혹은 고유의 개성에 캐릭터를 녹여낸 케이스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화상으로 만난 구교환은 “둘 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뭔가를 염두에 두고 의식하다 보면 거기에 집중하다가 다른 것들을 놓치게 되고,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D.P.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고 시나리오 속의 호열 캐릭터를 옮기는데 집중했다”며 “주변의 D.P. 출신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특별한 일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점을 공감한 덕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하며 ‘정주행했다’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한 편의 긴 영화 같은 작품을 함께 공감하고 몰입했다는 표시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가 연기한 한호열은 원작인 웹툰 ‘D.P. 개의날’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구교환은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는 걸 의식한 적은 없다. 오히려 날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캐릭터의 70%는 감독이 만들었고 나머지 30%는 자신의 신체적 하드웨어가 창조했다. 말투와 분위기는 모두 작품을 만든 한준희 감독과 논의해서 만든 결과물이고, 독특한 의상도 의상감독의 몫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힌트를 얻었고, 지금 보는 연기가 만들어졌다. “함께 한 모든 배우들과 각자의 방식으로 연기를 주고받았고, 모두가 서로서로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러 차례 자신의 연기는 ‘시나리오를 그대로 옮기는데 집중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본인의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주변의 많은 상대 배우와 팀워크를 벌인 결과물이며, 완성도를 높인 건 제작진의 몫이었다”며 “완성된 드라마는 제가 촬영 당시 장면을 만들며 기대하고 상상했던 걸 초월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상대역인 안준호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에 대해서도 “배우로서 언제든 부담스럽지 않게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얻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간 출연했던 작품마다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운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거울을 보면 똑같아 보일 것 같다는 게 두려운 점”이라는 그는 여전히 자신을 배우라 소개하기 부담스럽다. 그는 “지금도 배우라고 소개는 하지만 공적인 인사일 뿐”이라며 “저를 ‘배우 구교환’이라 소리 내서 말할 용기는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작품을 하며 뭔가를 해내고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를 촬영 중이며, 계속해서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캐릭터로 어떤 모습을 한 채 화면에, 스크린에 나타날지 관객들은 호기심을 가져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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