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세력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탈레반과 손을 잡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미국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또 탈레반과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과의 외교 관계 설정은 향후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미국이 이같은 고민에 빠진 것은 미군이 아프간 내 남아 있지 않아 정보 수집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한 가운데 미국의 대테러 작전은 무인 드론과 위성 사진 등 간접적인 자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앞서 미군은 IS-K로 추정되는 차량을 드론으로 공습하는 작전을 수행하면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10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이번 공습이 미국의 감시와 주둔이 강력했을 때보다 정확한 타깃 설정을 하기 어렵다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줬다"고 CNN에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차에 타기 전에 운전자들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군을 통해 지상을 감시해야 하고, 미사일이나 특공대를 파견하는 것 외에 조치를 취할 현지 파트너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아프간 망명 정부를 지원하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상황에서 IS-K와 같은 테러 집단을 감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현직 관리들은 지적한다. 미국이 아프간 상공에 감시용 드론을 계속해서 날릴 수는 있지만 드론을 걸프만 국가에서부터 이륙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프간을 오가는 데만 비행시간의 60%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현직 관료들은 "이 같은 한계는 사각지대를 만들 것"이라며 "또 미국이 20년 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면 정보기관과 군 관계자들은 드론이 어디를 찾아봐야 하는지를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탈레반과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테러를 저지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아프간 대피 작전이 시작된 이후 계속 논의해 왔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론적으로는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에서 재편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탈레반이 협력할 동기가 있긴 하지만,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고 전·현직 관료들은 강조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는 탈레반 내부에서 20년간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알카에다든 IS든 탈레반이든 많은 외국인 전사들이 아프간으로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들은 멤버십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며 "이들은 서도 다른 조직을 왔다 갔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IS-K에 맞서기 위해 탈레반과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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