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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엑스칼리버' 소년에서 왕으로, 아더가 빛나는 영웅이 되기까지





검을 뽑은 자는 운명의 무게를 견디며 스스로를 부단히 증명해내야 한다. 아더왕 신화를 다룬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다양한 예술작품의 소재로 활용된 아더왕의 영웅 서사에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첨가해 색다른 작품으로 완성됐다.

6세기 영국,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와중에 평범하게 자라온 소년 아더는 마법사 멀린의 등장으로 자신이 왕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왕이 될 운명을 짊어진 아더는 바위에 박힌 성스러운 검 엑스칼리버를 뽑고 자신의 운명을 따르겠노라 선언한다. 그의 곁에는 강인한 동반자 기네비어와 절친한 친구 랜슬럿이 함께다.

순탄했던 왕의 길에는 연신 장애물이 등장한다. 아더의 이복 누나 모르가나는 그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아버지의 죽음, 기네비어와 랜슬럿의 불륜까지 이어지며 고난이 닥친다.

2019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엑스칼리버’는 서사를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아더의 해맑은 모습을 강조하는 넘버를 추가해 감정 변화에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아버지를 잃고 복수의 의지를 다짐하는 아더의 모습과 순수하고 맑은 소년 아더의 모습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웃는 남자’의 ‘그 눈을 떠’,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처럼 강렬하고 호소력 짙은 그의 음악은 ‘엑스칼리버’에서 또 한번 힘을 발휘한다. 아더의 존재를 알게 되고 복수를 계획하는 모르가나의 ‘아비의 죄’, 아더가 색슨족에게 액더를 잃고 분노하며 부르는 ‘결코 질 수 없는 싸움’등의 넘버는 이들의 감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이날 아더를 연기한 김준수는 특유의 처연한 목소리로 그가 왕이 되기까지 느꼈을 고독, 좌절, 사랑의 감정을 객석에 풀어놨다. 그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년에서 빛나는 제왕이 되어있는 아더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불타는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모르가나를 연기한 신영숙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휘어잡으며 쾌감을 안긴다. 아더를 왕위에 올리겠다는 목표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멀린’을 연기한 손준호의 저음은 웅장함을 자아낸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는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강렬한 원색의 조명은 인물들의 욕망을 선명하게 비추고, 광섬유를 활용한 무대 연출은 빛이 무대 위를 떠다니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끝을 알 수 없는 우거진 숲 세트는 당대 영국에 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대를 감싸고 있는 고목을 타고 흐르는 빛은 마법과 주술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관객에게 단번에 납득시킨다.

다만 아직 완벽하게는 해결하지 못한 개연성 문제는 여전히 아쉽다. 이야기는 아더 스스로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기보다 그가 다가온 시련을 극복함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아더 뿐만 아니라 그에게 닥친 고난인 모르가나와 기네비어, 랜슬롯 모두의 이야기를 방대하게 설명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이 조금 더 필요하다.

한편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오는 11월 7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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