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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Scene] 전자발찌 대신 차게하고 살인범죄 숨겼지만...

<1>살인 증거된 그 놈의 ‘전자발찌’

JTBC드라마 '로스쿨'의 살인범

본인이 안차고 있던 사실 드러나며

알리바이 주장이 되레 살인 증거로

타인이 전자발찌 풀고 대신 찼다면

공동정범 형법조항따라 처벌 가능


하나의 사건을 사이에 둔 수사나 법정 공방은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어려운 법률용어 탓에 장면(Cut)만 보고 상황을 100%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드라마·영화 속 법률(Law) 이야기를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봤다.

JTBC 드라마 '로스쿨'. 극중 양종훈(김명민 분) 한국대 로스쿨 교수에게 이만호(조재룡 분)가 주사기로 필로폰을 투입하고 있다. /출처=JTBC 홈페이지




늦은 밤, 양종훈(김명민 분) 한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자택에 묶여 있다. 옆에는 이만호(조재룡 분)가 필로폰으로 가득한 주사기를 들고 서 있다. 서병주(안내상 분) 교수 죽음으로 몰고 간 필로폰 과다투여 방식으로 양 교수를 살해하기 위해서다. 이만호는 10여년 전 9세 여아를 끔찍하게 성폭행하고도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인물. 하지만 그의 발목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전자발찌’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증은 이만호가 양 교수 ‘살인 미수’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풀어진다. 진형우(박혁권 분) 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사건 당일 (서 교수) 살인이 일어난 시각, 당신 전자발찌 위치 추적에 의하면 서병주 변호사(교수) 사무실 근처 카페로 나온다”며 폐쇄(CC)TV 사진 한장을 내보인다. 사진 속에는 이만호가 아닌 최재철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과거 전자발찌 제조 공장에서 근무한 최재철이 전자발찌를 풀어 대신 차고 있는 사이 이만호가 살인 행각을 벌인 게 한 장의 사진으로 증명된 것이다. 한때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살인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시켰던 전자발찌가 오히려 살해 증거로 바뀐 셈이다.

지난 6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로스쿨’의 한 장면이다. 로스쿨은 서 교수 살인 사건에 대한 검찰·경찰 수사와 법정 공방 과정을 담고 있다. 극중 사건 해결의 중요 증거이자 최근 강윤성 사건으로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전자발찌는 ‘전자장치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에 탈·부착 근거를 두고 있다. 검사는 해당 법률 제5조(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청구)에 따라 법원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한다. 성폭력·미성년자 대상 유괴·살인·강도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가운데 출소 뒤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가 대상이다. 법원은 필요성이 인정되면 최종 판결에서 부착명령을 선고한다. 부착 기간은 혐의 법정형 상한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인 경우 10년 이상 30년 이하로 규정한다. 징역형 하한이 3년 이상 유기징역이면 3년 이상 20년 이하로 또 3년 미만 유기징역일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정한다.



부착 기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발찌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손상한 때’에는 전자발찌법 7장(벌칙) 38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극중 전자발찌를 임의로 분리한 이만호에게 살인·살인 미수와 함께 전자발찌 훼손죄까지 혐의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전자발찌법 제 36조(벌칙)에는 ‘전자장치 부착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금품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고, 피부착자(전자장치를 부착한 자)의 전자장치를 해제하거나 손상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극중 이만호의 전자발찌를 풀어준 최재철을 처벌한 근거는 무엇일까. 현행 전자발찌법에는 징역이나 벌금 등을 선고할 법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형법 제30조(공동정범)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이는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한 때 각자를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이다. 또 1년 전 개정돼 오는 12월 9일부터 시행되는 제33조(공범과 신분)에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도 제30조부터 제32조(종범)까지 규정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재철의 경우 딱히 전자발찌 훼손을 할 위치(신분)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만호가 부착한 전자발찌를 풀어준 최재철의 행동 이면에 두 사람 사이 의사 합치가 이뤄졌다고 보고,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공동정범이 되려면 (범죄나 행위에 대한)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한다”며 “한 사람이 (전자발찌를) 풀어달라고 다리를 내밀고, 이를 훼손했다면 두 사람이 의사를 합치한 것으로 보고 공동정범이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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