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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LP판 닮은 원시행성원반, 태양계 궤도 만들다

■별들과의 대화- 행성 궤도의 기원과 비밀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태양 생성후 주변 돌던 원시행성원반

밀도 높은 물질 흡수하며 행성 진화

태양계 행성 대체로 같은 평면 돌고

일부 소행성·혜성 공전궤도는 달라

쌍성계선 수직으로 도는 원반 발견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궤도면 /NASA




우리 태양계의 모든 천체는 대략 46억 년 전 먼지와 기체가 모여 이룬 성운이 소용돌이치며 중력으로 뭉쳐진 곳에서 태어났다. 우주 공간의 밀도는 대단히 낮아서 진공에 가까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광활한 공간 여기저기에는 조금의 물질이 상대적으로 모여 있는 영역이 있다. 그러면 그렇게 모여 있는 입자들이 주변의 또 다른 입자들을 끌어당기고, 그러면 그 집단의 중력이 커져서 또 다른 입자를 더 많이 끌어당기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세를 불리다 보면 몸집이 커진 성운이 주변의 물질을 집어삼키는 한편 그 한가운데 아주 밀도와 온도가 높아진 지역에서는 별의 씨앗, 원시성이 생겨난다.

원시성을 둘러싼 성운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중심으로 향하다가 군데군데 물질끼리 뭉치기도 하고 너무 격렬하게 가까워지는 바람에 충돌해서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위와 아래, 동쪽과 서쪽 등 서로 마주 보며 충돌한 입자들은 제 방향을 잃기 쉬운 반면 애초부터 진행 방향이 비슷했던 다수의 입자들은 본래의 방향을 유지하게 된다. 충돌하며 방향이 바뀐 입자들은 다른 입자들과 연쇄적으로 충돌한다. 그러다 우연히 바뀐 진행 방향이 주류 입자들의 흐름과 맞아떨어지면 전체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방향을 유지하게 된다. 위아래와 같은 반대 방향은 상쇄되고 원시성 주위를 원시성의 자전하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빙글빙글 도는 방향만 남기 때문에 초기에는 솜사탕 같은 형태였던 성운이 나중에는 레코드판 형태의 원시행성 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들도 태양이 막 생성된 후 그 주변을 돌던 원시행성 원반에서 태어났다. 그 원반 중에서도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또다시 중력적 수축이 일어나고 주변 물질을 흡수하면서 행성이 된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는 대부분 특정한 평면상에 있다. 과거의 원시행성 원반이 있던 자리가 곧 오늘날 행성들의 궤도면이다. 밤하늘에서 행성들이 마치 줄을 지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목성이 지나가는 길도, 토성이 지나가는 길도 비슷비슷하다. 조금 다른 역사를 갖고 있는, 아마도 원시행성 원반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나 중간에 외부로부터의 큰 충격을 받아 궤도가 틀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일부 소행성·혜성 등이 공전궤도가 조금 다를 뿐이다. 행성뿐 아니라 위성의 궤도도 마찬가지다. 목성과 토성이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위성들도,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수많은 얼음 조각들도 거의 같은 평면상에서 각자의 행성 주위를 공전한다.

이들의 공전 방향은 한결같이 반시계 방향이다. 어떤 신이 우주의 모든 입자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돌아야 한다는 규칙이라도 정한 것일까. 사실 반시계 방향이라는 것은 지극히 인간의 관점이다. 우주에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지 않은가. 관측자가 행성계 원반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그 행성계 공전 축의 위아래를 정하는 것뿐이다. 누군가가 태양계 밖으로 나가 물구나무선 채로 태양계를 바라본다면 이번에는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일 게 아닌가. 어느 쪽을 위라고 부를지는 정하는 사람 마음일 것이다. 우주의 수많은 은하들은 각자 제 나름대로의 방향으로 납작하다. 태양계는 물론 다른 별 주위의 외계 행성계도 각자 나름의 방향을 갖는데 편의상 반시계 방향을 기준으로 삼아 그 계(系)의 위아래를 정의하기로 우리끼리 약속한 결과다.



그런데 드물게는 행성들의 궤도가 중심 별의 자전 면과 다른 경우도 있다. 어떤 외계 행성은 중심 별의 적도면에서 크게 벗어난 궤도를 도는 것이다. 전형적인 행성 형성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유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진실 탐험대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행성이나 주변의 다른 천체와의 상호작용 때문일 수 있다. 다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성의 공전궤도면과 중심 별의 적도면이 정렬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두 면이 서로 수직 모양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두 면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수직을 이루는 편이 애매한 사잇각을 이루는 것보다 더 안정적인 모양이다.

외계 행성이 중심 별의 자전 면에 들어맞거나 수직하는 궤도를 도는 것이 결정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행성의 형태를 이룬 후에 어떤 섭동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 태어날 때부터 수직 궤도를 돌았던 것일까. 조금 다른 종류의 관측 결과가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준다. 중심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인 쌍성계 주변에서, 두 별이 서로의 주위를 도는 면과 수직을 이루는 원시행성 원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아직은 수직 궤도를 도는 것으로 밝혀진 행성이나 원시행성 원반의 수가 매우 작아 그 궤도의 비밀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최근 20여 년 만에 4,000여 개가 훌쩍 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된 것을 생각하면 수직 궤도 행성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행성계 형성 이론을 새롭게 재정비할 날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수직 행성의 공전 방향 /ESO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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