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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외국근로자 없어요" 시름 깊어진 농촌

코로나로 외국인 입국 어려워지고

계절 근로자 배정 경쟁도 심해져

추석명절 앞두고 일손 부족 비상

기존 인건비는 계속 올라 한숨 커져

울산시 북구의 딸기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울산 농소농협과 울산보호관찰소의 도움으로 사회봉사명령자들과 함께 9일 딸기 옮겨 심고 있다. /울산=장지승 기자




“딸기하우스 농사는 6년째인데 이렇게 사람 구하기 힘들었던 적이 없어요. 시급 1만 원을 주고 한국인 아르바이트생도 써봤지만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며 걸핏하면 그만두는 바람에 엄두를 못냅니다.”



울산시 북구에서 4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63) 씨는 올해 2월 마지막 외국인이 출국하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몇 년째 외국인 근로자에 의지해 딸기를 재배했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이 끊기면서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고심 끝에 내국인도 고용해봤지만 농사일을 계속하겠다는 이는 없었다. 다행히 올해 4월부터 지역 농소농협이 울산보호관찰소와 협약을 맺고 사회봉사명령자를 지원하면서 겨우 숨통이 트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입국자가 급감하면서 추석을 앞둔 농가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의 특성에다 국내 근로자의 농촌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시행했다. 시행 첫해 1,085명이 들어왔꼬 2019년 3,487명까지 입국자가 늘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해 입국자는 전무했다. 올 들어서야 올해 504명이 입국했고 국내 체류 외국인 1,018명에게 한시적으로 계절근로자 취업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충남 부여군의 농가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부여군의 한 멜론하우스 농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하우스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농가 근로를 기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으면서 일손 부족은 물론 품삯도 같이 올라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멜론하우스를 운영하는 A 씨는 “처음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했을 때 최저임금을 지급했는데 어느날 사라져 수소문을 해보니 다른 지역 농가에서 일당 10만 원을 받고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하고 임금을 더 올리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 이탈 현상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는 계절근로자 초청 지자체와 협력해 이탈 원인 등을 파악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는 근로를 이탈한 외국인의 출신 국가에 주재한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탈 방지 대책을 요청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계절근로자 배정을 둘러싼 지자체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전남 완도군은 특산품인 미역과 다시마의 수확에 맞춰 올해 33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요청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배정을 받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지난 2019년부터 외국인계절근로자를 배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로 3년째 단 한 명의 근로자도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어가들은 인력사무소를 통해 비싼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인력 수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 농가도 외국인 일손 부족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북 안동시에서 돼지 1만5,0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B 씨는 “4년 10개월 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네팔·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 6명이 자국 출국 3개월 후 다시 입국해 재취업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탓에 국내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인력난이 심하다”며 “신규 입국이 차단되다 보니 기존 국내에 남아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만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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