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의 ‘레드라인’은 넘지 않지만 우리 군의 현무Ⅲ-C 미사일에 필적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대해 “미국을 향한 자극을 최소화하고, 남측을 향해 재래식 무기로도 이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BCM)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 결의안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를 피해간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선택해 미국과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며 “지난 3월 25일 탄도 미사일에 반발한 바이든 행정부를 일부 고려해 탄도 미사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대화 제스처를 유지해오는 만큼 불필요한 자극은 피해가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나아가 “방한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인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철저하게 북한 편을 들어온 중국의 입장이 약간 난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법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미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 구상을 제시해왔다. 북한이 먼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할 경우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결국 1,500km 저공비행 후 표적을 명중하는 신형 순항미사일은 한국 전역을 타격권으로 두는 재래식 무기로 남측을 향한 경고에 해당한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신형 미사일은 미국 본토 혹은 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직 한국에 주는 군사적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공비행을 위한 지형에 대한 3D맵 구현과 연비가 좋은 터보펜 엔진 등의 최신 기술이 한국의 현무Ⅲ-C와 흡사하다”며 “북한이 한국을 재래식 전력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프랑스 AFP 통신 등 외신도 북한의 시험발사가 최근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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