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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동거, 결혼보다 관계 만족도 높지만…제도적 장벽도 높았다

[여가부, 첫 '비혼 동거 실태조사' 결과 발표]

동거 사유 '자연스럽게' 가장 높지만 연령별 차이

젊은층은 결혼 전 과도기·중년층은 적극적 선택

기혼보다 관계 만족도 높고 가사·육아 동등 분담

주거지원·보호자 인정 등 제도적 불이익 불편 커

/이미지투데이




#40대 여성 A씨는 남자친구 B씨와 13년째 동거 중이다. A씨 가족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지만 비혼 동거에 대한 장벽은 곳곳에 존재했다. 집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을 때부터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응급실을 찾았을 때도 B씨는 A씨의 보호자가 될 수 없었다. A씨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B씨에게 재산을 모두 줄 수 있도록 별도의 공증을 받아두려 한다. 사망자의 재산은 사실혼 배우자가 아닌 직계가족에게 자동 상속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가족구성권연구소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 나온 사례들을 통합한 가상 사례)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은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기혼 부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하는 비율도 기혼 부부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동시에 비혼 동거인들은 주거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어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비혼 동거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가 비혼 동거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현재 동거하고 있거나 동거한 경험이 있는 만 19~69세 국민 3,00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11월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비혼 동거 사유를 보면 전 연령대에 걸쳐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38.6%, 1·2·3순위 합산) 동거하게 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20~30대는 결혼 전의 과도기로서, 40~50대는 적극적 선택의 결과로서 비혼 동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20대는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38.6%)해서, 30대는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9.6%) 동거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40~50대는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라는 응답이 각각 33.7%와 48.4%를 차지했다. 60세 이상은 ‘결혼하기에는 나이가 많아서’라는 응답이 43.8%로 높았다.

비혼 동거 파트너(왼쪽)과 법적 배우자(오른쪽)에 대한 관계 만족도./여성가족부 제공




특히 비혼 동거인들은 기혼 부부에 비해 관계 만족도가 높고 가사 노동을 동등하게 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혼 동거인은 63%였다. 지난해 기혼 부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가족실태조사’의 배우자 관계 만족도(57%) 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가사 노동을 똑같이 하는 비율은 비혼 동거 70%, 기혼 부부 26.6%로 43.4% 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비혼 동거는 자녀 양육과 교육을 똑같이 하는 비율도 61.4%에 달해 기혼 부부의 응답률(39.2%)보다 22.2% 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비혼 동거를 선택한 이들은 동거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불이익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이 동거로 인한 대표적인 불편으로 ‘주택 청약·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 이용 어려움’(50.5%) ‘부정적 시선’(50%)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함’(49.2%)을 꼽았다. 자녀가 있는 동거 부부는 주로 출생신고를 할 때(52.3%), 의료기관에서 보호자를 필요로 할 때(47.3%), 보육시설·학교에서 가족관계를 증명해야 할 때(42.9%) 어려움을 경험했다.

동거 가족 지원 정책 동의율. /여성가족부 제공


비혼 동거 가족에게 필요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도 ‘의료적 결정 시 동거인을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하도록 제도 개선’(65.4%) ‘자녀에 대한 부모 지위 인정’(61.6%) ‘공적 가족복지서비스 수혜 시 기혼 부부와 동등한 인정’(51.9%) ‘사망·장례 시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50.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은 변화하고 있고 가족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혼인과 혈연을 기초로 한 가족 관련 법률과 제도는 현실 속의 다양한 가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던 국민들을 포용하고 모든 아이들이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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