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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금 개혁 외면하면 다음 세대에 짐 떠넘기고 죄 짓는 것” [청론직설]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전 민노당 정책위의장)

임금·근로조건 격차 극심해져 “신분질서 시대로 회귀”

기성 세대는 ‘연금 폭탄’을 후대에 떠넘기는 위선자들

선진국 지도자, 정권 잃을 각오로 밀어붙여 개혁 성공

한국 대선주자, 개혁과제 이슈 내걸고 기득권과 싸워야

86세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바른 생각 없어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은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이 기득권자들의 철밥통을 지키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혐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호재 기자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의 승부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외려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보·중도 성향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만민토론회’의 운영을 맡은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을 22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 발행인은 “노동시장 개혁과 연금 개혁을 외면하면 다음 세대에 짐을 떠넘기고 죄 짓는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정권을 잃을 각오로 개혁해 성공시켰는데 우리는 정치가 무능해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후보가 이런 문제를 이슈로 내걸고 집권한 후 기득권과 싸워 이겨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민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구한말 독립협회가 주도한 만민공동회가 전국에 유행처럼 번지며 성황을 이룬 데 착안해 진보 진영과 중도 보수 성향 지식인들이 주축이 돼 만민토론회를 만들었다. 내년 20대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될 화두를 던지려고 했다. 서울·광주·대전·대구에서 토론회를 가졌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노동·경제·교육 분야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평가한다면.

△노동시장과 연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족쇄처럼 묶여 있는 이 분야는 늦기 전에 개혁해야 하는데 오히려 뒤로 미뤘다. 반면 탈원전 정책은 즉흥적·감정적으로 추진했다. 한일 관계도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 그래 놓고는 약산 김원봉과 홍범도 장군을 띄우는 이상한 일을 했다. 독립한 지 70년이 지났는데도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 정치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인가.

△민주화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갖고 피해 의식을 부추기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유신 체제가 시작된 1972년부터 민주화 원년인 1987년 사이에 저항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중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식이다. 문 대통령도 부채 의식이 많은 것 같다. 민주화 운동에 제대로 참여했으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릴 수 없다. 오직 이 시대에 맞는지 틀리는지만 생각해야 한다.

-주 발행인은 2017년에 이미 ‘문재인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과 연금 개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당시 노동시장 개혁, 연금 개혁은 기득권층과의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안 될 것으로 봤다.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 세력’ 자체가 기득권 동맹이다. 민주노총도 여기에 속한다.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교사, 공무원, 대기업 노동자, 공기업 노동자들이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됐다. 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실제로 노동·연금 개혁에는 전혀 손도 대지 못했다.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조선·자동차·지하철 등에서 원·하청 업체 노동자의 임금·근로 조건 격차가 현격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극심해져 마치 과거의 신분 질서처럼 변하고 있다. 노동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에게 양심이 없다. 거대한 위선이다. 청년들이 민주노총을 굉장히 싫어하고 혐오한다. 민주노총이 기성세대의 기득권, 즉 철밥통을 지키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평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기 위해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고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임금 체계도 호봉제가 아니라 일한 만큼 받는 직무급제로 바꿔야 한다.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육체노동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국내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덜 받아들이면 시장 원리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고 그러면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일자리로 가려고 할 것이다. 육체노동 천시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이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

△노동운동은 정직하게 해야 한다. 항일 운동, 친북 통일 운동을 하듯이 하는 노동운동의 실질적인 목적이 기득권 지키기에 있다는 게 문제다. 노동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이 30년가량 싸움한 뒤 돌아보면 자기가 기득권자가 돼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가들이 내세우는 ‘전태일 정신’을 따르려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풀빵이라도 사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걸 하지 않는 핑계를 항일 운동과 통일 운동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산별 노조운동을 통해서 임금 상승률을 조율해 격차를 줄였다. 원·하청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3~4배에 달하고 사내 복지의 차이도 엄청 큰데도 싸워서 자신들의 임금을 더 받아내려고 하는 게 지금의 대기업 노조다.

-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성세대는 연금 기금 고갈이라는 폭탄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위선자들이다. 공무원·사학·군인 등 3대 직역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 7조 원가량 들어가고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들이 ‘투잡’을 뛰어도 300만 원 벌기가 쉽지 않은데 부부 교사가 받는 연금이 700만 원에 달한다. 예전의 지주-소작 문제와 비슷해졌다. 토지 개혁을 하듯이 연금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공무원·교사의 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서는 정권을 잃을 각오로 임해 이런 개혁을 성공시켰다.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현 정권은 미래보다는 집권 연장만 생각하면서 당장 표가 되는 것에만 재정을 쏟아왔다.

-어떤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가.

△우선 ‘86세대’에 포획되지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 기득권 집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득권 세력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이번 대선에서 이런 문제를 이슈로 제기하고 집권하게 되면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을 통해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대선 후보들이 이런 인식을 분명하게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민주화 운동 세대인 ‘86그룹’을 평가한다면.

△1983년 12월 학원 자율화 조치 이후 1984년부터 사복 경찰이 철수하면서 대학이 해방구가 됐다. 운동권 학생들은 부활한 학생회를 장악하면서 해방구 내에서 권력자가 됐다. 가장 잘 조직된 세대로서 선거 기법에 익숙해졌고 소권력을 획득한 뒤 나눠 먹기를 훈련했다. 또 식민지반봉건사회론에 바탕을 둔 ‘해방전후사 인식’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관과 역사관을 형성했다. 86세대는 1980년대 학생운동의 경험과 해방전후사 인식의 역사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충격 등을 공유하는 집단이 됐다. 그러나 나중에는 한국 사회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우게 됐다.

-86그룹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86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의 정체성과는 잘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개입 속에 설계도 하나하나를 만들고 총선거를 치러 제헌국회와 대한민국 정부를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새 판을 짜면서 유엔을 만들었고 그 정신에 따라 대한민국을 세웠고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견해 지켜냈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유럽의 사민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이 유엔에 참여해 한국의 기틀을 잡았다. 이들 진보 세력은 중국·북한·북베트남으로 확산된 공산주의의 강한 압박에 직면한 한국을 잘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대표적인 게 조봉암 선생이 주도한 농지 개혁이다. 그래서 신분제와 지주-소작의 토지 소유 관계 등 전근대적인 잔재가 일소됐다. 86세대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른 생각이 없다. 그러니 북한에 대해 정확하게 대처하지 않았고 친중국 정책을 펴는 가운데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를 훼손시켰다.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우리의 현대사관을 제대로 세워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념 속에 손발을 묶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풀고 자유로워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에는 다섯 사람의 주역이 있다. 우남 이승만, 인촌 김성수, 해공 신익희, 죽산 조봉암, 고당 조만식이다. 아무리 압도적인 우남이 있었다고 해도 1인극은 아니다. 1920년대 활발했던 공산당 운동 흐름까지 넣기 위해서는 죽산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임시정부 출신의 해공, 월남한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당, 국내 주요 세력 중 하나였던 인촌도 넣어야 한다.

He is …

1954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마산고를 거쳐 1973년 서울대 종교학과에 입학한 뒤 1985년 졸업했다. 민청학련 사건, 부마민주항쟁 등으로 네 차례 구속된 적이 있다. 1970년대 후반 서울대 학생운동 조직인 ‘무림’을 이끌었고 1980년대 인천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3의길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만민토론회 운영위원,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주대환의 시민을 위한 한국현대사’ ‘좌파 논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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