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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ISTP” MBTI에 빠진 취준생들…부작용 우려도

코로나에 채용절벽…성격테스트 유행

직무 맞는 유형에 억지로 끼워맞추기도

전문가 “단순 참고만…맹신은 어불성설”

/연합뉴스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준비 중인 A(26)씨는 요즘 성격진단 테스트인 MBTI에 푹 빠져 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준비할 때 MBTI에 나오는 성격 유형을 참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성격 유형은 ESFP(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이지만 ISTP(만능재주꾼)를 회사에서 대체로 선호한다는 말을 듣고는 해당 유형에 대한 설명을 참고해 자소서에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MBTI가 취업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와 채용절벽으로 내몰린 취준생들이 절박한 마음에 MBTI를 단순 참고하는 걸 넘어서 직무에 맞는 MBTI를 골라 스스로 체화하기까지 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이 실제 MBTI를 채용 과정에서 활용하기도 한다는 이유에서인데 전문가들은 'MBTI는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게 좋다'며 우려하고 있다.

27일 네이버 검색량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MBTI 자기소개서' 검색량은 지난 6월 0, 7월 73, 지난달 100으로 폭증했다. 데이터랩은 조회 기간 동안 특정 단어의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 뒤 상대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MBTI란 성격 유형 검사의 한 종류로,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등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준생들 사이에선 직무에 맞는 MBTI가 암암리에 '꿀팁'으로 공유되고 있다. 마케팅은 ENFP, 회계 업무는 ISTJ(청렴 결백한 논리주의자), 교사는 ISFJ(용감한 수호자)를 선호한다는 식이다. MBTI에 맞춰 거짓으로 자기소개서를 꾸며내거나 면접 준비를 할 때 성격 유형을 참고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취준생 최모(28)씨는 "자소서를 쓰기 전에 직무에 맞는 성격 유형을 미리 찾아본다"며 "해당 유형 특성을 읽고 익히면서 자소서에 그에 맞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자소서에 MBTI를 쓰라고 하고 있다. 부동산 어플리케이션 집토스와 간편결제 업체 차이코퍼레이션, 자산관리 서비스 불리오 등은 신입사원 자기소개서에 MBTI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들도 MBTI를 취업 준비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 6월 개최한 '찾아가는 취업투데이' 행사에서 'MBTI 검사 분석결과 상담제공 부스'를 운영했다. 조선대는 'MBTI 이용한 취업설계'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기업들은 합불을 결정하는 게 아닌 업무 스타일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MBTI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하나하나가 아쉬운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MBTI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 실제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를 맡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에 있어서도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MBTI를 참고용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맹신하는 건 곤란하다"며 "학계에선 MBTI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는데 본인 성격을 거짓으로 꾸며내기까지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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