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지난해 겨울에는 독감이 유행하지 않아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올해 독감 시즌의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계절성 독감은 인간, 포유동물, 조류에게서 발생해 세계를 순환하는 바이러스 집단에 의해 발생하며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각각 10월, 5월께 시작된다. 돌연변이와 확산 등으로 독감 백신은 해마다 업데이트돼야 하는데, 개발·생산에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만큼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다가올 시즌에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상하고 2월, 9월 전문가들에게 권고안을 제시한다. 올해 2월 전문가들은 남반구에서 유행한 바이러스 정보를 활용해 북반구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4종을 추렸다.
그러나 내달께 시작될 북반구의 올해 독감 시즌은 불확실성에 처해 있다. 백신 예방효과는 유행할 바이러스 종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에 달려 있지만,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년도 독감 시즌이 실종되면서 데이터가 부족했던 터라 올해 유행종 예상이 적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올해 1월 전 세계 독감 검사의 양성률은 0.2%가 채 되지 않았다. 2017∼2020년의 17%와 비교해 아주 낮은 수치다. 독감 백신은 코로나19 백신보다 예방효과가 낮은 편이다. 건강한 성인의 70%, 고령층에는 50%가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의 의학아카데미(AMS)는 올해 돌고 있는 바이러스 종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독감 백신의 적중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20∼2021년 독감철이 실종돼 사람들이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 면역력을 키우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환경에서 독감이 유행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AMS는 경고했다.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감 전염률이 예년보다 낮은 겨울을 지난 다음에 유행한 전염병의 72%가 평균보다 11일 더 빨리 시작됐고 더 증세가 심각했다. AMS의 모델링에서도 영국인들이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경우 평소보다 2.2배 더 치명적인 겨울철 독감을 맞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의 독감 백신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고 로이터·AF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RNA는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에 사용한 기술이다. 화이자가 mRNA 백신 개발에 나선 것은 예방효과 수준이 40∼60%인 현세대 독감 백신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화이자는 미국에서 65∼85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임상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기존의 독감 백신과 mRNA 백신의 안전성·면역 반응을 비교할 예정이다. 앞서 또 다른 미국 제약사 모더나도 지난 7월 mRNA 독감 백신 임상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영국 세퀴러스도 내년 말 mRNA 독감 백신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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