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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그 많던 호랑이는 왜 사라졌을까?···전시관이 된 DMZ[르포]

■DMZ 평화통일문화공간 전시

버려진 남북출입사무소…전시공간으로 탈바꿈

백남준·홍순명·이예승 등 국내외 작가 32명 참여

예술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DMZ


통일부는 옛 개성공단 출경동과 도라산역 등 DMZ에 문화예술공간을 개관하고 오는 11월 15일까지 비대면으로 '2021 DMZ Art&PeacePlatform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내 'Uni마루'와 도라산역, 파주철거GP,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 국립통일교육원 등 모두 5개의 공간에서 열린다. 정연심 예술총감독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 양혜규, 스튜디오 아더 스페이즈 등 국내외 유명작가 32명이 참여해 총 34점이 전시됐다. 유니마루에 전시된 백남준 ‘코끼리 수레’. /연합뉴스




“비무장지대(DMZ)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분단의 상징인 공간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김기혁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장은 29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소사무소에 기자들과 만나 “200평 정도 되는 이 공간은 (남북) 출입 업무를 담당했던 곳인데 15년째 사용되지 않았다”며 DMZ 평화통일문화공간인 ‘Uni마루(구 출경동)’ 전시를 소개했다.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제2조 1항에 담긴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에 따른 조치다.

세계적인 미디어작가 고 백남준의 작품과 더불어 김신욱·이예승·홍순명·올라퍼 엘리아슨·세바스찬 베흐만 등 국내외 유명 작가 32명이 참여해 총 34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는 Uni마루 외에도 도라산약, 차주철거GP, 강원도 고성군의 제진역, 국립통일교육원 등 총 5개의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34점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평화’와 ‘생태’다.

분단 이후 사라진 호랑이…분절된 생태를 관찰한 김신욱 작가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내 'Uni마루'에 전시된 김신욱 작가의 ‘한국 호랑이’. /사진제공=김신욱 작가 페이스북 페이지


김신욱 작가는 남북 분단 이후 ‘단절된 생태계’에 주목했다.

김 작가는 작품 <한국 호랑이>를 통해 지난 100년 동안의 호랑이 사냥 흔적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사냥 등 모든 자료를 아카이빙(기록)하고 촬영했다.

그는 “어떤 과정으로 우리나라(남한)에서 호랑이가 사라졌는지 흥미를 갖고 여러 전문가 분들과 인터뷰를 했다”며 “식민지, 전쟁, DMZ 분단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베리아에서 전라남도 진도까지 오가던 호랑이의 루트가 단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자들은 호랑이등의 대형 포유류가 사라지면서 자연적인 생태계 개체 수 조정에 문제가 생겼고, 그 결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FS), 구제역 등의 전염병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크게 보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감염 역시 이런 생태 환경적 단절과 연결이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맞은 분단의 여파에는 감염병과 같은 현존하는 문제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와 조부모님은 모두 북한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쪽이 정서적으로 가까이 느껴졌지만, 늘 그곳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랐다”며 “예전에 동해 북부선이 이어졌을 땐 7시간 10분이면 강원도 양양에서 북한 원산까지 갈 수 있었다고 들었다”고 회상했다.

단절된 옛 동해북부선에 대한 전시는 강원도 고성 제진역에서 동시에 진행중이다.

잊혀진 ‘무명씨’의 무덤들…6·25 이후 ‘작은 이야기’에 주목한 홍순명 작가


홍순명 작가가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내 'Uni마루'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LOS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혜린기자




홍순명 작가는 남북 분단 이후 ‘단절된 이야기’에 집중했다.

홍 작가는 작품 를 통해 ‘무장공비’라서 북한이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방치된 시신이 가득한 파주시 DMZ 근처 ‘적군의 묘지’를 기록했다. ‘무장공비’란 정권의 지령을 받고 유격활동 및 거점확보, 첩보수집 등의 목적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몰래 침투한 자들을 일컫는다.

홍 작가는 “정전협정 위반이라 북한이 나몰라라 하는 사이 잊혀진 이들이 있다”며 “무장공비들의 무덤에 가면 이름이 새겨진 묘비도 있지만, 대부분 ‘무명씨’라고 새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에 대해 “가상의 인물로 이승도 저승도 아닌, 노란 가시밭과 수풀과 묘비들 속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홍 작가는 “큰 사건으로 인해 파생되는 현상 중에 아예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아픔으로 남은 작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며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으로 엄청난 사건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 중 7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무장공비들의 시신처럼 작은 사건이지만 마음이 아플 수 있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분야가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DMZ가 왜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전쟁과 분단은 크고 작은 아픔을 무수히 파생시키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정거장’ 도라산역에서 보는 미래…이예승 작가의 미디어파사드


통일부는 옛 개성공단 출경동과 도라산역 등 DMZ에 문화예술공간을 개관하고 오는 11월 15일까지 비대면으로 '2021 DMZ Art&PeacePlatform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내 'Uni마루'와 도라산역, 파주철거GP,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 국립통일교육원 등 모두 5개의 공간에서 열린다. 정연심 예술총감독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 양혜규, 스튜디오 아더 스페이즈 등 국내외 유명작가 32명이 참여해 총 34점이 전시됐다. 사진은 '도라산역'에 전시된 작품들. /연합뉴스


이예승 작가는 현재 경의선의 종착역이자 훗날 대륙횡단열차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도라산역에서 ‘남북의 미래’를 표현한 미디어파사드를 디자인했다.

도라산역 대합실 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미디어파사드가 물결처럼 각기 다른 각도로 굽이친다. 예술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조형물이다. 미디어월에는 이예승·강이연·금민정 작가가 함께했다. 이 작가는 100번째 광화문 교보빌딩 외벽에 BTS의 '퍼미션 투 댄스'의 노랫말을 인용한 디자인에 참여한 작가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일렁이는 풍경 - 우리를 우리라 부를 때>에 대해 “나중에 철도가 유라시아까지 연결되면 도라산역이 우리나라에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확장성을 갖고 희망이 퍼져나갈 수 있다는 부분을 표현했다”며 “남북은 지금 서로를 ‘우리’라고 부르지 못하지만, 언젠가 서로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를 상상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이 하나로 보여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부러 굽이치는 모양으로 파사드를 만들었다”며 “영상에 대한 감상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 미디어파사드 한가운데 서면 천장에 설치된 8개의 스피커가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이 한 곳으로 모여 마치 작품 속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이 작가는 도라산역 미디어월에 추가할 다음 영상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영상이 나올 땐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돼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전시 중


현재 DMZ 평화통일문화공간의 모든 전시는 전시 홈페이지(www.dmzplatform.com)에서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코로나19 정부 방역 방침에 따라 방문 프로그램이 부득이하게 최소화됐다.

다만, 통일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평화를 염원하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열정을 담아 계속해서 평화통일문화예술 공간을 가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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