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2019년 5월 남편의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남편이 거래처 사람과 지난 2018년 11월부터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서다. A씨의 남편은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했고 A씨도 지나간 외도 행위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는 앱 설치로 끝나지 않았다. 남편은 내연녀 B씨와 이후에도 전화통화를 하며 스스럼없이 수차례 애정표현을 하고 호텔에서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다. 위치추적 앱이 설치돼있는 만큼 휴대전화를 두고 B씨를 만나러 가겠다고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남편 동의 하에 설치한 위치추적 앱에는 통화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는 기능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위치추적 기능은 알고 있었지만 자동 녹음 기능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녹취파일을 증거 삼아 내연녀를 상대로 “배우자가 있는 사실을 알면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남편과 수차례 만나 성관계를 갖거나 별도의 아파트를 임차해 동거를 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쟁점은 A씨가 제출한 녹취파일의 증거 능력 유무 여부였다. 현행법상 전화통화 당사자가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지만, 제3자가 통화 내용을 녹음하려면 통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판에서 A씨는 “남편과 모든 내용을 휴대전화의 ‘백업기능’을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며 “녹취 파일도 복원을 통해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편이 자동 녹음 기능에 동의했다는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설령 남편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통화 피고의 동의를 받지 않아 불법감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어 “제출된 녹취 외에는 남편의 외도 행위를 인정할 증거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도 “원심은 부정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며 “원심 판단에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판단누락의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