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글로벌 법인세 도입에 반대해온 입장을 바꿔 최저 법인세율 15%에 동참한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고 각국이 잇따라 법인세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7일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에서 최소 15%의 글로벌 법인세율에 대한 합의가 공개될 계획이다. 앞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30개국은 다국적기업들이 조세회피처로 이윤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법인세율 하한선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서는 세부 사항이 수정,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변화는 아일랜드의 입장 번복이다. 아일랜드는 그동안 12.5%의 법인세율을 유지해왔다. 이는 헝가리(10.5%)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낮은 세율로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온 아일랜드는 서명을 거부했지만 법인세 인상이 국제적인 흐름을 타면서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법인세에 맞춰 자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아일랜드의 결정을 바꾼 요인이다. 아일랜드가 유치한 외국 기업의 상당수는 미국 법이 적용되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10월 말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기대한다면서 조세 개혁안에 반대하는 국가가 결국 함께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인도·아르헨티나 등 24개 개발도상국으로 구성된 G24는 다국적기업의 수입이 발생하는 국가에 과세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G24 국가들은 7월 협정에 서명했지만 개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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