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국가 대비 과도한 한국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한 대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이 시세 대비 100% 이상의 웃돈이 붙어 팔리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국내에서도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한샘(009240)의 2대 주주이자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캐피털파트너스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등 사내이사 5인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샘 인수를 추진 중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자료 제공 및 기업 실사에 협력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구로 최대주주의 지분(30.21%) 매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대주주 지분이 시세 대비 70~10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돼 팔리는 반면 일반주주는 공개 매수 등의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고 철저히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유독 높은 한국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해외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30% 내외에서 형성되지만 한국은 100%를 넘나들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소액주주의 이권을 편취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기업가치는 M&A 시장 속 ‘지배주주 가치’와 일반 유통시장 속 ‘일반주주의 가치’의 합계인데 거버넌스가 취약한 한국 기업에서는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의사 결정이 반복되면서 이들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빗발치는 물적분할 뒤 재상장처럼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 반복되면서 일반주주들이 누려야할 몫이 최대주주에게 이전되고 있다”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도 연결된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에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으로 영국와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돼 있는 등 해외 대부분 국가의 소액주주는 이 같은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은 낮아지는 반면 저평가된 일반 유통시장의 주식이 제 가격을 찾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소액주주의 보호 장치 부재가 유독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의 핵심적 이유”라며 “당연히 존재해야 할 제도의 부재로 한국 증시의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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