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유럽연합(EU)의 조약·결정보다 폴란드의 헌법이 우위라는 결정을 내리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EU로부터의 탈퇴를 반대하는 시위에 수만명이 참여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 제1야당인 시민 플랫폼(Civic Platform)의 대표인 도널드 터스크는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항의로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 결정은 폴란드가 언젠가 소위 '폴렉시트'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폴렉시트란 폴란드(Poland)와 엑시트(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를 빗댄 말이다.
이날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 왕궁 앞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시민들은 EU 깃발과 폴란드의 국기를 흔들며 "나는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나는 EU에서 죽고 싶다"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이들은 "우리는 남을 것"이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시민은 FT에 "폴란드가 EU를 탈퇴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시위에 참가했다"며 "공산주의가 어땠는지 기억하기 때문에 폴란드가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바르샤바 외에 포즈나니와 크라쿠프, 카토비체, 그단스크, 루블린 등 여타 도시에서도 발생했다. FT는 일부 국수주의자들도 반대 시위를 열었지만 이는 소규모였다고 전했다.
폴란드에서 이 같은 반대시위가 열린 것은 최근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이다. 앞서 EU의 최고 법원은 폴란드에게 판결 내용을 근거로 판사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뒤집을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지난 7일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EU가 자국의 사법 개혁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며, 자국에서는 EU 조약·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우위라는 결정을 내렸다. FT는 보수·민족주의 성향의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판사들의 전권을 장악하는 일련의 조치를 발표한 이후 형성된 EU와 폴란드 간에는 긴장이 형성됐는데, 이번 결정은 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PiS는 EU에서 탈퇴할 계획이 없다며, 이는 당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법과정의당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폴렉시트는 없을 것"이라며 "EU에 남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주권국가로 남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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