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과 자산 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올해 8월까지 걷은 국세가 지난해보다 55조 원 이상 늘어났지만 코로나19 피해 지원 등으로 지출이 확대되며 나라 살림은 70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1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1~8월 누적 국세 수입은 248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55조 7,000억 원) 증가했다. 8월만 떼어내 보면 국세 수입은 24조 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5%(6,000억 원) 늘었다. 다만 세금 납부 유예 등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달(17.7%, 6조 3,000억 원)과 비교해 증가 폭은 줄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종합소득세 납부를 5월에서 8월로 미뤘다”며 “이에 따라 올 8월 비교 대상인 지난해 8월 세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목별로 보면 8월까지 법인세(54조 9,000억 원)는 전년보다 13조 1,000억 원 늘었다. 8월에만 법인세 중간예납분이 2조 2,000억 원 늘어나는 등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기에 영향을 받는 부가가치세(54조 1,000억 원) 역시 8조 3,000억 원 더 걷혔다.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양도소득세는 지난해 동기보다 10조 3,000억 원, 증권거래세는 2조 2,000억 원 각각 늘었다. 과태료 등 세외 수입과 국민연금 운용 수익 등 기금 수입을 합친 1~8월 총수입은 397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79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정부의 수입인 세금이 늘었음에도 지출이 더 크게 늘면서 나라 살림살이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8월까지 총지출은 427조 3,000억 원으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29조 8,000억 원 적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하고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0조 2,000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한 달 사이 13조 원 늘어난 927조 2,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재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말 965조 3,000억 원으로 불어나고 내년 말(1,068조 3,000억 원)에는 1,0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세금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살림살이는 여전히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재정이 확대된 후에 이를 다시 억누를 수 있는 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터라 재정의 회복력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나랏빚뿐 아니라 번번이 어긋나는 정부의 세수 추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통해 올해 국세 수입을 282조 7,000억 원으로 추산했으나 올해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세수가 314조 3,000억 원으로 당초 전망보다 31조 6,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 해를 4개월 남겨둔 올해 8월 국세 수입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수입 비율)이 79%에 달할 정도로 세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 추가 세수가 수정치마저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제 회복세와 맞물려 소득세와 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 예상과 달리 40조 원 수준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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