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금리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취약 고리’로 지목받던 중소기업 연체율이 크게 뛴 탓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06%포인트 오른 0.51%로 집계됐다. 2019년 5월(0.51%) 이후 최고치다. 올 2월 연체율이 크게 오른 것은 신규 연체 채권이 2조 9000억 원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해 전만 하더라도 2조 원이 채 안 됐던 신규 연채액이 이제는 3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은행들은 2월 1조 30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정리하면서 연체율 관리에 나섰지만 급증한 신규 연체액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업대출의 연체율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2월 기업대출 연체율(0.59%)은 전월 대비 0.09%포인트 올라 전체 연체율 상승 폭을 웃돌았다. 차주 중에서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 연체율(0.7%)이 0.1%포인트나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0.76%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급등했다.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연체율이 0.84%로 0.1%포인트 뛴 영향이 컸다.
2금융권 연체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6.55%)은 8년 만에, 카드사(1.63%)는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연체율 상승 추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됐는데 아직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체율이 점증하면서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