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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죽고사는 문제, 스윙보터에 달렸다

군사합의, 핵 언급 않고 정찰 무력화

실기동훈련 사라지고 군 기강 해이

대북정책 그대로면 안보·평화 위기

부동층, 나라 구하는 현명한 선택을





권불오년(權不五年)일까, 권불십년(權不十年)일까. 권불오년은 권력이 5년 만에 끝난다는 것이고, 권불십년은 권력이 10년 넘게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냐, 유지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좌클릭 포퓰리즘으로 대한민국의 궤도를 거꾸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노선을 리셋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경제)와 죽고 사는 문제(안보)는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2018년에 9·19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한 뒤 우리의 안보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 남북은 ‘일체의 적대 행위 전면 중지’를 약속했다. 한 전문가는 “출발부터 불공평한 합의”라고 우려했다. 북한의 최대 무력인 핵무기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우리가 전략적 우위에 있는 정찰·감시 기능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1,000여 문의 장사정포·방사포, 수백 문의 해안포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합의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비행·정찰이 금지됨으로써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외 실기동으로 실시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사라졌고, 대부분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니 복무 기간까지 줄어든 병사들은 제대로 된 작전 계획을 경험해볼 수 없다. 군사합의 이후 남북은 각각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11곳을 철거하는 이벤트를 가졌다. 당시 우리는 60여 개, 북한은 160여 개의 GP를 갖고 있었으므로 양측의 GP 비율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우리 공군이 8조 원을 투입해 미국에서 30여 대 들여온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실탄 없이 교육용 탄약만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많은 장병들이 고생하고 있음에도 군사합의 이후 성범죄와 경계 실패 등 군 기강 해이 징후들이 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일 핵미사일 고도화를 독려하고 있다. 북한군이 지난해 우리 측 GP를 겨냥해 총격을 가하는 등 군사합의를 위반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굉장히 절제된 방법”이라며 감싸고 있다. 정부는 대선 직전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북한에 매달리고 있다.



‘평화’로 포장한 군사합의가 되레 우리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흔들고 있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 철수가 본격화하자 정부군이 곧바로 백기를 들었고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했다. 아프간 사태는 싸울 의지를 갖고 막강한 군사력을 갖춰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북한과 주변국들이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흐트러진 군 기강과 전투력을 곧바로 복원해야 한다. 강군으로 평화를 지키는 ‘고슴도치 전략’을 펴려면 외교안보 정책 레일을 새로 깔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데 이어 국민의힘이 내달 5일 대선 후보를 뽑으면 차기 정권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현재 이 후보와 국민의힘 소속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홍준표 의원이 각각 맞붙는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는 양측이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다만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선호 응답이 52%로 ‘정권 유지’(35%)보다 17%포인트 높게 나왔다. 과거에도 대선 몇 개월 전에 정권 교체 여론이 다소 높았음에도 정권이 유지된 적이 있어서 이런 흐름만으로 승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이번 대선에서도 바둑의 ‘계가 싸움’처럼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대중-이회창, 노무현-이회창, 박근혜-문재인 대결처럼 득표율 격차가 3~4%포인트 이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국 사태’로 더 첨예해진 진영 대결에서 한 발짝 떨어진 ‘스윙보터(swing voter·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유권자의 10%가량인 부동층이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셈이다. 정신을 바짝 차린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나라를 위기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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