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기소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수사의 기본기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쟁점인 배임 혐의를 공소장에 담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윗선’ 수사 전망까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거액을 받거나 받기로 한 대가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려 한 배임 정황이 곳곳에 담겨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은 공사 설립 전인 2012년부터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청탁을 주고받았는데 공사 설립 후에는 실제로 △사업자 선정 △공모지침서 작성 △사업협약·주주협약 체결 등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도 비슷한 내용의 배임 혐의를 기재했지만 정작 공소장에는 이를 제외해 빈축을 샀다.
검찰 내부에서도 “허술한 수사 탓”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조 단위 사업의 배임 정황을 훑어나가려면 기본적으로 계좌추적에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텐데 여론이 들끓으니 강박 관념이 들었는지 수사가 너무 조급하게 이뤄졌다”며 “물증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4자 대질은 ‘보여주기’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수사 의지를 넘어 수사 능력이 의심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진상 규명이 늦어지더라도 특검을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란 의견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이 필요한 경우는 정치적 중립이 가장 큰 이유고 일반적으로 수사 능력은 검찰이 특검보다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 “이번 경우는 실력 면에서도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특검으로 가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차장검사는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의혹은 끊임없는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BBK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년이 지나도 공소시효만 남아있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현재 수사팀이 ‘윗선’으로 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신뢰를 못 받으면 특검밖에 답이 없다”고 전했다.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는 별개로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성남도개공 공모지침서 내용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남욱 변호사에 대한 신병 확보가 이뤄질지도 수사의 관건이다. 이날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은 참고인으로 각각 불러 보강 수사를 벌였다. 황 전 본부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이 공사 내 주요 보직에 임명된 데는 이 지사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김씨는 기존대로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증거능력 깨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김씨 측 변호인단은 검찰에 '수사 절차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녹취록을 제시받지 못해 방어권을 침해당한 만큼 녹취록이 적법하게 작성·제출됐는지, 또 녹취록 속 대화의 전후 맥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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