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출신의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미 정상 간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데 대해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원칙이나 최대치를 내걸어, 상대방이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려는 전형적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관계와 미일관계를 정상화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미(북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냈다. 그는 ‘불가역적 핵 보유국’이라는 지위와 능력을 보유한 현실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다면서 핵 보유 인정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의원은 “북한은 지난 30년의 핵 개발을 통해 경제 파탄과 외교 고립, 그리고 안보 불안을 가져 왔다”며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만 보아도 엄벌에 처할 정도로 정권의 취약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에게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한미는 물론 이 지역의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추구해 왔다”며 “그러나 김정일과 김정은은 김씨 정권의 안전과 영속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 주민을 위한 결단은 커녕,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 기회를 계속 차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략이 잘못됐는데, 벼랑 끝이든 기만이든 어떤 전술을 써봤자 잔머리 굴리기로 순간을 모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한계에 부딪칠 뿐”이라며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지금이 유리한 국면이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와의 결탁과 유엔 제재 체계의 약화로 기고만장해 있어서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또 놓치고 말 뿐이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북한의 입지도 달라진다”며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역시 중간선거 이후에는 북한과의 대화 추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정세는 늘 변한다. 세상이 북한 중심으로 움직일 거라는 착각은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며 “지금 북한이 마주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가장 좋은 조건에서 비핵화의 길로 나설 수 있는 ‘기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회를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 불리한 조건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까지 스스로에게 주어진 기회를 반복해서 날려온 ‘선수’였다.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