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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文정부 대장동 수사를 국민이 믿겠나

윤경환 정치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쓰나미에 휩쓸려 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을 놓고 진행된 난투는 처절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현시점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높았던 국민의 궁금증은 국감으로 해소됐을까. 주변의 반응과 각종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한 달간의 대장동 국감은 ‘맹탕’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예견된 결과다. 검찰 등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무소불위의 국회라도 결정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민들은 결국 수사기관의 발표만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수사 주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장동 의혹을 ‘엄중 주시’만 하다가 이 후보가 최종 선출된 지 이틀 뒤에야 “검찰·경찰이 협력해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 후보를 압박하는 주문이 아니었다. 야당이 요구하는 특별검사 도입에 선을 긋는 메시지였다. 좌우를 막론하고 온갖 정치·법조·언론인이 얽히고설켜 있는데도 청와대는 그저 부동산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 그런 까닭에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지난 26일 회동은 ‘수사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야당의 반발을 초래했다.



국민들은 지난 4년여 기간, ‘박근혜·이명박·사법부 적폐 수사→조국 사태→검찰 개혁’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지겹도록 봤다. 정권과 수사기관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돼왔는지, 마치 대하드라마를 보듯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봤다. 그런 과정 속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되는,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도 경험했다. 설령 검경이 나름 최선의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 한들 신뢰를 얻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검 촉구를 국민의힘의 케케묵은 선거 공세로만 볼 수도 없다. 전 국민의 60~70%가 대장동 특검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대다수가 야당의 사주를 받았을 리는 만무하다. 모두가 민주당 후보에게만 악의를 갖는 토착 왜구, 전두환 추종자, 시장만능론자, 반공주의자, 일베저장소 회원, 반여성주의자, 엘리트주의자일 리도 없다.

그렇다고 여야가 특검에 쉽게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후보가 국감장에 직접 나선 것도 180석 우군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찰은 이제 권력의 눈치를 안 본다”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장을 검증할 방법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의혹의 끈을 제대로 풀고 가지 못하면 이 후보가 대권을 쥐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또 나올 수 있다. 임기 초부터 국정 동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서도 신뢰도가 더 높은 수사로 결백을 입증해 뒷말을 확실히 없애는 게 낫다. 국민들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제기된 이명박 후보의 BBK·다스 의혹, 박근혜 후보의 고(故)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을 유야무야 넘겼다가 어떤 결론을 얻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파를 초월해 대장동 특검을 촉구하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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