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 중이다. R&D 전문 자회사와 사내 랩벤처를 활용해 20여 개 신약과제를 동시 진행하면서 매출대비 R&D 투자비중을 20% 가까이 끌어올렸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3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1,423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감소했고 4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의 3분기 누계 영업손실은 365억 원으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4,168억 원으로 1.3% 줄었다.
일동제약은 최근 몇년간 실적이 부진했다. 2019년 불순물 파동으로 라니티딘 성분의 항궤양제 '큐란'이 판매 중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큐란'은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처방실적을 올리던 일동제약의 주력 제품이다. 이듬해에는 연 1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던 비만 치료제 '벨빅'이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단기간 내 300억 원 상당의 매출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실적 정체와 수익성 악화 위험을 무릅쓰고 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4.0%인 786억 원을 R&D 비용으로 투입했다. 전년 574억 원보다 36.9% 증가한 규모다. 올해 들어서도 R&D 투자 확대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지난 3분기까지 집행한 R&D 비용은 79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9.1%에 달한다. 신설법인 출범 직후인 2017년 483억 원과 비교하면 약 4년만에 R&D 투자 규모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은 10.5%에서 8.6%p 올랐다.
일동제약은 R&D 조직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지난 2019년 5월 자본금 5억 원을 들여 항암신약 개발 전담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이후 인공지능 및 임상약리 전문 컨설팅 회사 에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사내 벤처로 출발한 아이리드비엠에스까지 비상장 바이오벤처 3사를 통해 그룹사 차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신약 개발의 전문성과 효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20개 이상의 신약과제를 가동하고 있다. 대사질환과 간질환, 안과질환, 코로나19 관련 질환, 암, 위장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임상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내년까지 5건 이상의 임상 시험 계획(IND)을 신청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제 2형 당뇨병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노인성 황반변성 등 높은 시장성을 갖춘 혁신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도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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