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불어넣은 ‘무야홍’ 바람도 ‘독고다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홍준표 후보가 야권 분열을 감수하고 탈당하지 않는 한 그가 말한 ‘마지막 여정’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
26년 정치 여정의 마지막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홍준표를 있게 한 ‘독고다이’ ‘외골수’ 스타일이다. 본경선을 앞두고 지역 조직을 가지고 있는 전국 당협위원장과 전·현직 국회의원, 기초지자체 의원들이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당심이 급격히 기울었다.
당심이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18년 전국 지방선거라고 야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홍 후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치러진 대선에서 지지율 24%로 2위를 기록하며 궤멸 위기였던 보수정당을 회생시켰다. 당원들은 이후 전당대회에서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홍 후보는 이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탄핵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거친 싸움을 했다. 이른바 친박계 의원들과 서로 ‘연탄가스’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막말을 주고받았다. 당 지도부를 따르지 않는 의원들을 향해 “험지로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때 막말 정치인이라는 오명이 더욱 각인됐다. 의원들에게 목숨줄인 공천권을 거론한 그의 공격은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상처가 됐다.
홍 의원은 2018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사퇴했다.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6월 선거에서 진 뒤 “지난 1년간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1대 총선에서 탈당까지 하며 대구에서 당선돼 여의도로 돌아온 홍 후보는 바뀌지 않았다. 당 의원의 절반을 차지하며 최대 집단이 된 초선들을 향해 “한방에 훅 간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고 말했다. 초선의 대부분은 국민의힘 본경선 과정에서 홍 후보 캠프가 아닌 윤 후보 캠프에 섰다. 그를 따르는 현역 의원은 세 명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졌을 수는 있지만 참패한 것은 주변의 조언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 홍 의원의 영향이 크다”며 “그때 보여준 행동 때문에 의원들과 전국 당협위원장들이 홍 후보 옆에 서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홍 후보가 26년 정치를 하면서 갇힌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홍 의원은 5일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연단에서 “윤 후보께 축하드린다”면서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줬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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