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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TINA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80년 6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장 자유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질문에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고 잘라 말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대처는 그 뒤로도 이 말을 즐겨 썼고 머리글자를 딴 ‘TINA’는 자유시장경제가 유일한 해답임을 대변하는 용어로 차츰 굳어진다.

대처는 취임 첫해 국영기업 민영화와 노조 활동 규제 입법에 나선다. 이어 고정금리 폐지(1981년), 국가복지제도 전면 재검토 선언(1985년), 대규모 감세(1988년) 등의 조치도 단행한다. -2%를 기록했던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1982년 2.2%로 반등한 데 이어 1988년에는 5.6%로 급상승한다. 대처가 ‘영국병’을 치유한 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이유다. TINA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 정치학자 쉬잔 조르주는 “대안은 수천 가지가 있다(There are thousands of alternatives)”의 앞 글자를 딴 ‘TATA’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반론을 폈다. 영국 탄광 노동자들이 1984년 전국적인 파업으로 맞섰지만 대처는 강경 진압과 대국민 호소로 반발을 누르고 10여 년간 장기 집권했다.



TINA는 미국 월가에서 투자 용어로 변용됐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을 뜻한다. 최근 수년간 주요국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면서 주식과 고금리 채권,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으로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TINA 모멘트가 왔다”는 진단을 내렸다. S&P 기업 중 83%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정도로 기업 실적이 좋다는 것도 주요 근거다. 공급망 쇼크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할 수 없는데도 시장에서는 TINA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만사가 그렇듯이 TINA에도 빛과 그늘이 있다. 올바른 신념은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지만 잘못된 오기 정치는 국민의 불행을 초래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포퓰리즘과 탈원전 정책은 아무래도 도를 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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