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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 절반 2억 이하…규제가 서민 잡았다[집슐랭]


#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2,295가구 규모 ‘주은청설’ 아파트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벌써 851차례 손바뀜 됐다. 2018년 180건, 2019년 282건이었던 거래량은 지난해 408건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가 지나기도 전에 벌써 전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연말이 되면 2,000여 가구 규모 아파트의 한해 매매 거래량이 1,000건에 육박할 기세다.

전용면적 39~59㎡로 구성된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올해 기준으로 최고 8,600만 원(59㎡·고층)이다. 공시가가 1억 원 이하인 만큼 지난해 발표된 정부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나 법인이 여러 채를 매입하더라도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는다. 기본 세율 1.1%만 내면 된다. 경기도 읍·면 지역에 있고, 공시가격이 3억 원 이하이므로 양도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이번 정부 들어 강화된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규제 사각지대’인 셈이다. 수도권 외곽이라는 입지에도 불구하고 올해 거래량이 크게 뛴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2억 원 이하 거래가 전체 아파트 거래의 64.9%


각종 규제에서 벗어난 시가 1억~2억 원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거래에서 매매가격 2억 원 이하인 거래의 비중은 40%를 넘어섰고 이달 들어 60%선을 돌파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전체 거래에서 ‘초저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되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1일 직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전체 아파트 거래 중 매매 가격이 1억 원 이하인 경우는 30.8%에 달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KB통계 기준)이 이번 정부 들어 70% 이상 뛰면서 올 10월 기준 5억 4,132만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장기 추세를 보면 1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은 집값이 저렴했던 2007년만 하더라도 47.2%로 절반 수준에 달했지만 이후 집값 상승 흐름에 따라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 11.5%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1월 1일~11월 9일 누적 통계를 기준으로 16.3%까지 급등했다. 2013년 17.3%를 기록한 후 8년 만의 최고치다.

연도별 1억 원 이하 아파트 매매 비중 및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서울경제DB


1억 500만 원이었던 아파트가 1년 새 2억 5,000만 원으로


이 같은 흐름은 실제 여러 현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궁리의 1,288가구 규모 ‘태평아파트’의 실거래 사례는 2019년만 해도 8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8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에는 현재 기준 268건을 나타내고 있다. 이 단지는 주은청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모든 주택형이 공시가 1억 원 이하다.



거래가 몰리면서 태평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이 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11월 최고가가 1억 500만 원이었지만 올해 9월에는 2억 5,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전용 84㎡는 10개월만에 가격이 1억 6,500만 원(2020년 12월)에서 3억 4,000만 원(2021년 10월)으로 뛰었다.

경기 평택시 고덕면 궁리 '태평아파트' 전경./이덕연 기자


규제 사각지대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거래 전수조사하겠다는 정부


전국 집값 상승으로 1억 원 이하 아파트의 절대적인 숫자는 줄어드는데, 전체 거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는 기현상의 배경으로는 정부 정책이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내놓으며 공시가 1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다주택자·법인의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부분 시가 2억 원 이하인 공시가 1억 원 이하 주택을 아무리 사도, 기본 취득세율 1.1%만 적용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 읍·면 지역 등에서 공시가 3억 원 이하 주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배제되며 초저가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주은청설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실거래가(아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 2위다.

정부는 뒤늦게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법인·외지인의 공시지가 1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24만 6,000건을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 계획, 매도·매수인, 거래 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이상 거래를 골라낸다는 계획이다. 조사 결과 거래 과정에서 업·다운계약, 편법 증여, 명의신탁 등 위법행위 적발 시 경찰청·국세청·금융위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해 처벌을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조사를 벌이고 필요한 경우 기간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법인·외지인의 저가 아파트 거래가 움츠러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가 규제 틈새를 만들어놓고 뒤늦은 미봉책을 가져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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