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 인류가 망친 지구, 아직 기회는 있다

■지구 오염의 역사 (프랑수아 자리주·토마 르 루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미래의 지구 (에릭 홀트하우스 지음, 교유서가 펴냄)

영국 학생 기후 네트워크(UKSCN) 소속 청년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기후 위기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세계 각국 정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스웨덴 출신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툰베리는 2018년 9월 열다섯 살의 나이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등교 대신 스웨덴 의회 앞 1인 시위에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 받기 시작했고, 어느새 기후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시대의 상징 인물이 됐다. ‘어른들이 어린이와 청년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고 항의하는 툰베리에 동조하는 10대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로 몰려가 어른들의 무책임을 탓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성난 10대들의 성토가 아니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 공멸이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될 것임이 자명해지고 있다. 인류의 터전인 지구는 어쩌다가 오늘날과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됐으며, 인류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통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지구가 병들게 된 역사를 추적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신간 ‘지구 오염의 역사(프랑수아 자리주·토마 르 루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와 조심스럽게 공생을 위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미래의 지구(에릭 홀트하우스 지음, 교유서가 펴냄)’다.



18C 산업자본주의 이후 오염 시작

세계대전 계기로 독성물질 뒤범벅

GDP 강박에 환경은 뒷전 내몰려

‘지구 오염의 역사’는 두 명의 프랑스 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18세기부터 1970년까지 300여 년에 걸친 세계 오염의 역사를 다룬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화재나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일반인들의 환경 오염에 대한 단편적 지식은 늘었지만 세계사적 관점에서 인간과 오염의 상호작용을 다룬 학술 연구는 부족했다는 것이 이들이 책을 낸 취지다.

환경 오염은 근대 산업화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18세기부터 발전한 산업자본주의는 환경 오염의 성격과 규모, 범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바꿔 놓았다. 책은 산업혁명을 시발점으로 잡고 오염이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1700년부터 1830년까지 농촌 지역의 오염을 다룬다. 가죽·염색·섬유 공업이 수질 오염을 야기하고, 금속 공장·대장간·양조장·유리 공장·도자기 공장 등이 농촌과 삼림 지대에 집중되면서 대기를 오염시켰다. 팽창하는 도시 인구에 육류를 공급해 줄 도축장과 관련 시설이 폐기물을 쏟아내고, 이 시기 식민지에서 빈번하게 벌어진 귀금속 추출 공정은 유독성이 강한 중금속 폐기물을 만들어냈다. 새롭게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석탄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1830년부터 1914년은 진보가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기다. 당대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유감스럽지만 불가피한 숙명으로 받아들였고, 20세기 최악의 공해 유발 주범인 바이엘, 다우케미컬, 몬산토, 듀폰 등의 다국적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위험천만한 성장의 양면성을 감지한 일부 시민들의 경고는 대체로 부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발발한 1·2차 세계대전은 인류가 지구에 독성 물질을 퍼붓는 계기가 됐다.

책의 3부에서는 1914년부터 1970년대까지 산업 팽창의 피해가 양차 대전에 가려졌고, 그새 석유가 에너지 왕좌에 올랐으며, 경제 규모 성장에 대한 강박이 환경 문제를 더 뒷전으로 내몰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오염의 역사는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은 오늘날 화장품과 의복, 식품 첨가제에 들어가는 나노 기술 입자와 위성 안테나의 전자기장 등 매일 아무렇지 않게 접하는 물질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3만5,000원.



지구 외 살아갈 곳 현재로는 없어

기후변화·경제시스템 개선 등으로

절체절명의 지구 살릴 방안 역설

지구는 이미 독성 물질로 범벅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지구 외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터전은 없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든 지구를 살려낼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우이독경’에 다름 없을지라도 COP26 등이 열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미래의 지구’는 모두가 인류 위기를 경고할 때 희망을 이야기하려 애쓴 책이다. 기후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기상학자인 저자는 종말론적 시선에 반대하며 미래학자, 기후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기후변화 운동가와 나눈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지구와 인간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려낸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를 압축적으로 묘사하고, 2부에서는 1단계(2020~2030년), 2단계(2030~2040년), 3단계(2040~2050년)로 나눠 기후 문제에 대한 인간의 대응을 상상해낸다. 1단계에선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고, 2단계에서는 생산과 소비, 공유를 치밀하게 관리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며, 3단계에서는 신기술에 힘입어 탄소 중립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는 식이다.

저자의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진지하게 긍정적인 상상을 펴는 이유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자포자기하고 회의론적 주장만 읊어 대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 때문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먼저 품어야만 변화를 위한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1만6,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