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범죄 현장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맨손으로 제압한 ‘용감한 시민’이 화제다. 더욱이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의회 의원으로 1년 6개월째 암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이창선(62) 충남 공주시의회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SBS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 13일 오후 9시께 자신의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남성을 발견했다. 집에 도둑이 들어 비싼 코트 등을 잃어버렸다는 주민의 말이 생각난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골목 한켠에 숨어 이 남성을 지켜봤다. 수상한 남성은 셔터가 제대로 닫히지 않은 한 창고로 들어갔고 이내 겨울용 점퍼 1개를 손에 들고 나왔다. 절도 현장을 본 이 의원은 범인이 도주하지 못하게 곧장 달려들어 제압했다.
이 의원은 태권도·유도 등 유단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6개월 전 대장암 4기를 진단받고 현재 항암치료 중이다. 이렇듯 그는 몸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범인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 의원은 “용의자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서 순간적으로 쫓아가 몸싸움 끝에 붙잡았다”며 “용의자의 덩치가 제법 크고 힘이 세서 제압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항암치료 중이어서 기력은 없었지만 범죄 현장을 보고 모른체할 수 없었다”며 “용의자가 점퍼를 훔친 것으로 보아 형편이 어려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라고 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로 공주시의회에 입성한 이 의원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곧장 달려가 70대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왔고, 지난달 말에는 야외공연장서 80대 노인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환자를 돌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암투병 중에도 시의회 일정을 한 차례도 빼먹지 않고 소화해 ‘의지의 사나이’라는 찬사도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직후부터 거의 매일 예방접종센터를 찾아 시민들에게 부작용 예방법 등을 설명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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