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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로 만나는 무녀도·전태일…그날의 갈등·화해·눈물·꿈을 담다

'무녀도' 24일 개봉

김동리의 소설, 스크린에 옮겨

무속-기독교·신-구 대립 등

전통-현대음악으로 뚜렷한 대비

영상미로 근현대사 갈등 풀어내

'태일이' 내달 1일 선봬

재단사서 산화하기까지 일대기

평범한 청년 전태일의 면모 그려

묵직한 소재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

분신 장면서도 담백한 연출 '눈길'


영화계가 유례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고난 속에서도 도전은 계속된다.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열악한 작업 여건 속에서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연말을 앞두고 연이어 개봉하는 ‘무녀도(감독 안재훈)’와 ‘태일이(감독 홍준표)’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갈등과 대립, 화해’라는 키워드를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기법으로 풀어낸다.





애니메이션 영화 ‘무녀도’ 김동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사진제공=연필로명상하기스튜디오


色과 音을 품고 재탄생한 김동리의 ‘무녀도’


오는 24일 개봉하는 ‘무녀도’는 한국의 전통적인 빛깔과 소리가 스크린에 오롯이 옮겨진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 김동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은 문학의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가진 안 감독은 2012년 ‘메밀 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계속 해 왔고, ‘운수 좋은 날’ ‘봄, 봄’ ‘소나기’ 등을 거쳐 이번에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인 ‘무녀도’를 완성했다.

작품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상상하게 되는 서럽고 처연한 아름다움과 가슴 아리는 가족과 사회, 시대의 갈등을 스크린 위에 고운 빛깔로 형상화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처럼 색으로 인간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무속과 기독교의 대립, 신구 세대의 갈등은 음악을 통해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무녀 모화의 서러움은 굿 소리와 국악으로, 아들 욱이의 괴로움은 현대 음악으로 치환돼 관객들의 귀에 와 닿는다. 모화와 욱이 역은 뮤지컬 배우 소냐와 김다현이 각각 맡아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은 개봉에 앞서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먼저 선보였고, 안시에서는 ‘오세암(2004) 이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16년 만에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러닝 타임 85분, 12세 이상 관람가.









세상을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된 청년, 전태일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던 1970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으로 관객들을 옮겨 놓는다. 전태일 열사의 51주기를 맞아 공개되는 이 작품은 전태일이 고향을 떠나 서울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다가 산화하기까지의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전한다. 명필름이 두 번째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흥행성이 높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아가며 뚝심 있게 완성했다.

영화는 열사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영웅적이거나 진지한 분위기 대신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으로서 태일의 면모에 초점을 둔다.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영화를 보는 연령대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영화는 태일이 고향 대구를 떠나서 서울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을 전하는 첫 시퀀스부터 어릴 때의 해맑은 분위기를 부각하는데 힘쓴다. 태일이 재단사로 취직한 후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힘을 뺀다. 심지어 분신 장면에서도 자극과 과함이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연출이 두드러진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장동윤은 태일의 이런 성격에 힘을 불어넣는다. 그가 데뷔 전 편의점 흉기 강도를 잡으며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을 정도로 올곧은 성격이라는 점도 연기에 보탬이 됐다. 장동윤은 “전태일 열사처럼 의미 있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인간 전태일이 일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쩌다 노동 운동에 뛰어들게 됐는지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연출이 태일이 분신이라는 절체절명의 결정을 하기까지 다양하게 했을 고민의 층위까지도 단순화하며 개연성을 다소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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