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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항의·언론 취재까지…한 달된 스토킹처벌법, 이대로 괜찮나요?

스토킹처벌법 4주간 신고 약 3,000건 접수돼

전형적 스토킹 물론 층간소음 항의방문도 입건

현장선 "범위 넓어 판단 모호…과해보일까 걱정"

순기능 살릴 수 있도록 대상 좁혀야 한단 지적도

/이미지투데이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박 모(30대) 씨는 벽간소음을 유발하던 옆집과 갈등을 빚다가 얼마 전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도리어 경찰의 경고를 받았다. 옆집 거주자들이 밤새 크게 웃거나 소리를 지를 때마다 박씨가 벽을 치고는 했는데 경찰관이 “옆집에서 위협을 느끼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한 것이다. 박씨는 “옆집이 1년째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통에 나는 수면장애에 걸렸다”며 “벽간소음 때문에 (상대방의) 벽을 치면 스토킹이 될 수 있다고 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한 달이 흐른 가운데 일선 경찰 현장에서는 법 적용 여부를 놓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적 정의에 따라 층간소음 등의 이웃 간 분쟁, 채무 관계, 언론 취재 등 다양한 사례가 스토킹의 범주 안에 들면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판례가 쌓이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보면서도, 혼란이 장기간 지속되면 스토킹의 정의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4주간 2,988건 신고…층간소음 항의 방문·언론 취재도 스토킹법 적용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4주간 접수된 스토킹 신고는 총 2,988건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다보니 ‘내 피해 사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법률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실제로 혐의가 있다고 보여 입건된 신고는 전체의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입건된 사건 중에는 옛 연인을 계속 따라다니는 식의 전형적인 스토킹 사례는 물론,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에 수차례 찾아가거나 ‘조상 땅 명의 변경에 동의해달라’며 친척 집 문을 두드린 사례 등도 일부 포함돼 있다. 지난 15일엔 언론사 취재진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 부인인 김혜경 씨의 수행원을 따라다니다가 경찰의 경고를 받고 돌아가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은 당시 취재진의 취재 방식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광범위한 적용 대상…'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 주는 행위'



이처럼 다양한 사건이 스토킹처벌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스토킹에 대한 법적 정의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본다. 이 행위가 지속·반복되면 범죄로 인정돼 3년 이하(흉기 사용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달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열린 ‘경찰소통포럼’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의 적용 대상으로 이웃 간 분쟁, 학부모와 교사 등 업무 관계, 채권 채무 관계 등 다양한 사례가 제시됐다.

/이미지투데이


◆일선 현장선 "개인 분쟁은 판단 모호한 것 사실…피해자 보호는 진일보"

적용 대상이 넓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스토킹 판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전형적인 스토킹이 아닌 개인 분쟁은 어디까지를 정당한 사유로 봐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다”며 “법 시행 초기이고 판례가 없다보니 신고를 처리하는대로 경찰서에 발생보고를 하는 편인데 다소 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 관계자 B씨도 “악의적인 허위 신고가 들어올 경우 정당한 권한이 있는 채권자나 층간소음 피해자가 스토킹 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피해자 보호가 용이해진 것만큼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A씨는 “예전엔 신고가 접수돼도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한 마음으로 출동했다면 이젠 경찰부터 ‘중한 범죄’라는 생각을 하고 나간다”며 “가해자에게 ‘한 번만 더 이런 짓을 하면 징역형도 가능하다’고 강력하게 경고할 수 있고 분리 조치, 접근금지 명령도 할 수 있어 피해자 보호 부분은 정말 많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경찰은 법원의 승인 하에 스토킹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여기에 더해 행위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1개월까지 유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문가들 "판례 축적되면 해결될 일이지만 혼란 이어지면 법 개정해야"

전문가들은 혼란이 장기간 지속되면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원치 않는 구애 행위를 처벌한다는 스토킹처벌법의 애초 취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은 것은 사실”이라며 “판례가 축적되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긴 하지만 법에 단서 조항을 달아서 스토킹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지금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면 애초 법의 취지와 순기능도 퇴색될 수 있다”며 "일단 일선 현장에서 판단을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하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스토킹 정의 조항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법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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