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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만하다 4년 허송세월...물 건너간 김명수號 사법개혁

[흔들리는 법조 3륜] <하> 구시대 병폐 답습하는 법원·변협

임성근 사표 반려·판사 특혜 연수 의혹 등에 체면 구겨

사법행정위 설치 담긴 법원조직법도 국회 문턱 못넘어

대법원장 임기 2년도 안남아...구조적 문제 극복 미지수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취임하면서 △사법부 독립 △개혁 △소통 등을 약속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영광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이분법적 이념 잣대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관 등 인력 확충과 상고심 제도 개선, 수평적 사법행정 등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열린 소통으로 사법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장 임기 반환점을 지나고도 1년여가 지난 시간에도 변화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사법부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 대법원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쏘아 올린 개혁 화살이 4년여의 시간에도 과녁 근처조차 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그사이 국민들과 법원 내부 피로도는 급속도로 쌓였다.



김명수호(號)가 신뢰 추락에 직면하기 시작한 때는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사표 반려 의혹이 제기된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지난해 5월로 김 대법원장이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며 탄핵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은 곧바로 부인했으나 임 전 부장판사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표 반려는 거짓 해명 의혹으로 번졌다. 김 대법원장은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사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되레 대한법학교수회가 “국민을 속인 대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반발하는 등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결국 김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 등에서 “저의 불찰로 법원 가족 모두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또 10월 28일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 심판 사건을 각하로 결론 내리면서 체면마저 구겼다.



법원은 잠시 평온기를 맞는 듯했으나 김 대법원장 며느리가 한진 법무팀과 대법원장 공관에서 만찬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차 들썩였다. 저녁 자리를 가진 시기가 2018년 초로 당시는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일선 판사들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김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원도 침묵했다. 끊이지 않는 논란에 쌓였던 내부 불만은 이른바 ‘판사 특혜 연수’ 의혹으로 절정을 이뤘다. 의혹은 애초 선발자 명단에 없던 판사가 해외 연수 법관 출국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촉발됐다. 올해 출국하는 해외 연수 법관은 과거 선발된 ‘기선발자’들이었는데 한 판사가 갑자기 포함된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윗선 특혜’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해당 판사는 이미 출국한 뒤였다. 치솟는 내부 불만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3일 법원 내부망에 ‘법관의 해외 연수 선발 등과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사죄 글을 올렸다.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사법부 수장과 2인자가 연이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 전 부장판사의) 녹취록이 나오기 전까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법원장이 어디 있느냐”며 “김 대법원장 체제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국민 믿음을 기반으로 세워진 법원의 수장이 거짓말하는 자체가 법원이 처한 신뢰 추락이라는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 기일인 지난 24일 오후 주심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관(왼쪽부터)과 이영진 수명재판관, 이미선 수명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논란이 거듭되는 동안 사법 개혁 엔진도 멈췄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사법 개혁을 외쳤으나 핵심 사안인 법원행정처 폐지 등은 여전히 함흥차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총 3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33건이 계류 중이다. 2건은 철회됐다. 법관 신규 채용 때 경력을 5년 이상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올해 처음으로 상정되기는 했으나 이마저 부결됐다. 개정안에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 설치,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 내용이 포함됐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는 국회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는 시점이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른바 ‘김명수표 사법 개혁’이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말조차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김영삼 정부서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안이 나왔었다”며 “현 정부에서는 사법 농단이라는 사태를 딛고 나온 체제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법관 증원 이슈 등은 정부와도 연결된 문제이지만 법원 차원에서도 계속 이슈를 만들고 바꿔나가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른바 ‘사법 농단’을 비판하면서 사법 개혁을 하겠다고 했으나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기존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는지 또 의지가 있는지는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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