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암호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기로 29일 합의했다. 대선을 앞두고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이 정부의 계획을 뒤집고 과세 계획을 미룬 것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도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정책 일관성과 시장 안정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던 정부가 결국 여야 합의안에 양보한 것이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를 열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과세 시점을 2023년 1월로 유예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여야 기재위 간사들이 비공식 회의체인 ‘소(小)소위’를 열고 암호화폐 과세를 1년 늦추기로 합의안을 만들어낸 결과다. 여야는 30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고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부는 당정청 합의에 따라 내년부터 암호화폐로 얻은 연 250만 원 초과 소득에 20%의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초 과세가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암호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이해관계가 대선을 앞두고 일치하면서 정책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암호화폐와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내 주식의 경우 현재 대주주가 아닌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없이 증권거래세(세율 0.23%)만 내면 된다.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돼 연간 5,000만 원까지 투자 소득을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과세가 유예되면서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시장의 투기 수요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도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여당 일각에서 제기한 암호화폐 투자 이익에 대해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하자는 주장은 소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암호화폐 양도 차익을 주식·펀드의 경우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간주해 최대 5,000만 원까지 소득공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현재 250만 원인 암호화폐 비과세 한도에 대해 “대폭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과세를 1년 유예하기로 한 상태에서 섣불리 공제 기준 상향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하며 여야 합의안에는 빠졌다.
한편 여야는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약 42만 가구가 비과세 대상에 추가로 포함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시가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 전국 주택 수는 42만 4,381가구로 추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즉시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된 후 9억 원 초과 주택을 매도하는 1주택자들이 수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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