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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 길 먼 스토킹처벌법

강동헌 사회부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됐다. 피해 여성은 신변 보호 요청을 한 상태에서 참변을 당해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경찰의 자조적인 수사 발표는 대대적으로 후속 보도됐다. “피해자가 경찰에 다섯 번이나 신고했다. 스토킹으로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이를 어기고 주거침입해 살해했다.” 피의자 김병찬은 보복 살인, 스토킹처벌법 위반, 협박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4개월 전 이를 쏙 빼닮은 사건에 대한 재판이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렸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수차례 요청했다. 피해 여성은 신변 보호 상태에서 보복 폭행을 당했다. 당시에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라 스토킹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피의자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4개월 전 사건은 여론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자연스레 어떠한 관행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남짓. ‘스토킹은 범죄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스토킹에 대한 경찰의 사법 개입이 가능해지면서 “스토킹 신고가 있었는데 왜 못 막았나”라고 따질 수도 있게 됐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 호소-112 신고-신변 보호-보복 범죄’라는 비슷한 레퍼토리로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따라다닌다. 노원구 김태현 살인 사건은 이 가운데 ‘112 신고-신변 보호’의 과정만 빠졌을 뿐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하고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다고 해도 김태현의 살인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중구 피살 사건도 신변 보호 과정에서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복 범죄 사건과 관련된 1심 판결 260건 중 40%에 달하는 104건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유치장에 구금하는 것 이외에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실효적인 대책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뻔히 예견된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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