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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플레 일시적” 버린 파월…돈 풀기 경쟁하면 치명상 입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월 30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에서 빠져나오기 좋은 시기”라며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연준은 그동안 ‘일시적’을 되풀이하며 긴축 속도 조절의 뜻을 밝혀왔는데 이를 번복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11월 발표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몇 달 더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물가를 먼저 잡기 위해 긴축의 속도를 높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준은 채권 매입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QE) 규모를 월 1,200억 달러에서 매달 150억 달러씩 줄이고 있는데 내년 이후 축소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 테이퍼링을 끝내고 머지않아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면 글로벌 경제는 거센 폭풍우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훨씬 정교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은행이 금리 연쇄 인상으로 대응할 뿐 정부와 여당의 긴축 정책은 실종돼 있다. 반면 여야 대선 후보들은 기본소득 지급과 소상공인 50조 원 지원 공약 등 선심 정책 경쟁만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3월 9일 차기 대통령이 결정될 때까지 정책 공백에 따른 위기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11월 수출이 6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기업의 힘’으로 위기를 넘겨왔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등 퍼펙트스톰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와 관계 없이 빨라진 긴축 시계에 맞춰 정책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연말 연초 주력 산업의 수출 전선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하게 파악하고 구조조정을 포함한 종합 정책을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현직 대통령은 장밋빛 낙관론에 빠져 있고 대선 후보들은 돈 풀기 경쟁에 매몰된다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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