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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우윳값 5% 올랐는데… 원유 가격 개편 왜 안될까

가공유 자급 기반 만들기 위한 '용도별 차등가격제' 추진

낙농진흥회, 생산자 측 전원 불참하면 개의 안되는 구조

낙농업계 "전국 단위 쿼터제·유통마진 개선이 먼저" 주장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현실화된 요즘, 우유 가격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유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고 매일유업·남양유업 등도 가격 인상에 동참해 전체 흰 우유 가격은 5~6%가량 올랐습니다.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린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입니다.

낙농가에서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을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린 이후 유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정부는 이것이 수요와 무관하게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 때문이라고 보고 8월부터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개편안까지 나왔지만 진행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원유 가격 체계 개편의 핵심은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음용유와 버터·치즈를 만드는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매기는 것입니다. 생산비 연동제 대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는 셈입니다. 음용유 가격은 현행 리터당 1,100원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을 리터당 900원으로 200원 낮추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계획입니다.

농식품부는 낙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가공유 쿼터를 늘리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농가는 우유 쿼터 204만 9,000톤을 보유해 이 범위 내에서는 수요에 관계 없이 리터당 1,100원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음용유 186만 8,000톤, 가공유 30만 7,000톤으로 나눠 전체적으로는 쿼터가 총 217만 5,000톤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에는 가공유의 자급 기반을 만들겠다는 농식품부의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유제품 소비가 46.7%, 수입이 272.7% 늘어나는 동안 원유 자급률은 29.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는 음용유가 아닌 치즈 등 유제품 수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원료가 되는 가공유의 국내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국내산 치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가공유 가격을 리터당 900원으로 낮추더라도 리터당 400원 수준인 수입 가공유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쌉니다. 이에 농식품부는 가공유 수매 보조금을 지급해 리터당 100~200원을 보조하기로 했습니다. 그 정도면 유업체 입장에서는 국내산 가공유를 사용해 공급선을 다변화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판단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의결할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도 이사회가 소집됐지만 생산자 측 이사들이 불참해 무산됐습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정부·소비자·학계·진흥회 각 1명과 생산자 측 7명, 수요자 측 4명 등 총 15명의 이사로 구성됩니다. 정관상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 측이 전원 불참하면 개의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날 낙농진흥회 이사회에는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정관 개정안도 상정됐습니다. 물론 생산자 측은 여기에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에 낙농진흥회 당연직 이사인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생산자 측이 반대하는 내용은 논의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성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불합리한 의사결정 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낙농업계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원유 가격 인상이 최근 우윳값 상승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낙농업계의 주장입니다. 원유 가격 상승보다는 약 38% 수준인 유업체들의 유통마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이번 원유 가격 상승률은 2.8% 수준이었지만 유업체들의 유제품 가격 인상률은 5~6%에 달했습니다.

낙농업계에서는 원유를 생산하고 나면 쿼터를 유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생산자에게 원유 소유권이 없는 셈입니다. 낙농가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생산자들이 지난 9월 전국 단위 쿼터제 법제화, 우유 유통마진 개선 등 낙농제도 개선안을 냈지만 정부는 생산자 측이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반대만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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